OECD 최악 노인 빈곤...지원 법안은? [관심法]

입력 2023-10-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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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연령 넘겨 일하는 ‘노인 가장’ 10년 사이 2배 증가
노인 빈곤율 40.4%…OECD 최하위 수준
국회선 ‘노인 빈곤 예방’ 위한 법안 속속 발의
‘노인 1000만 시대’ 코앞…“법안 통과 앞서 재원 마련 강구해야”

▲노인의 날인 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주변에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줄을 서고 있다. (뉴시스)

은퇴 연령을 넘겨서도 가족을 부양하는 ‘노인 가장’이 지난 10년간 2배 넘게 늘었지만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선 노인 일자리·소득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에 꾸준히 힘쓰고 있지만, 복지 지출 특성상 대부분 대규모 재원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법안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노인 가장’ 10년 사이 2배 증가…빈곤율은 세계 최악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회에선 노인 일자리·소득 지원과 관련된 법안이 속속히 마련되고 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신동근·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고령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도 앞선 지난 3월 노인 빈곤 관리를 위한 전담 기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제정법을 마련하는 등 여야 구분 없이 법안 마련에 힘을 쏟는 중이다.

이처럼 국회가 노인 복지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현상에 노인들의 자산관리가 부실해질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위인 호주(22.6%)와 3위 미국(21.6%) 등과 비교해봐도 격차가 상당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하는 고령 인구도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위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직장가입자는 2013년(50만3840명) 대비 108.5% 늘어난 105만718명을 기록했다.

60대는 108.4%, 70대 이상은 109.2% 늘어, 10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은퇴 연령으로 여겨지는 60세 이상이 되어서도 ‘노인 가장’으로서 직장에 나가 가족을 부양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법정 정년을 넘겨 일하는 고령층은 늘었지만 고용의 질과 소득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한 것이다.

◇ 국회선 법안 마련 속도…노후자금 형성 돕고 전담기구 설립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세제 및 일자리 지원을 통한 노인 빈곤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 의원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자녀의 나이 기준을 25세로 상향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노인 가장’이 빠르게 느는 만큼 가족부양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20세가 넘는 자녀라도 실질적으로 부모나 그 외 가족이 생활비나 학비를 대주며 부양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반영됐다는 게 신 의원의 설명이다.

같은 날 강 의원도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연금저축을 장려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법은 연간 1800만원 이내의 금액을 납입한 연금계좌에 대해서만 연금계좌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3000만원까지 상향시키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개인이 경제활동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 연금 등을 납입하도록 함으로써 미래 노후생활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엔 김 의원이 노인 빈곤 예방을 위해 국가 단위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노인빈곤예방법(노인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보건‧복지‧문화 등 분야에서 빈곤 노인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또 노인빈곤예방위원회와 노인빈곤예방전담기관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담겼다. 빈곤노인 구제를 위해 별도 기구를 마련하여 사회복지 지원체계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 ‘노인 1000만 시대’ 코앞…“재원 확보 방안도 시급”

▲늦더위를 식히는 가을비가 내린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로변에서 노인이 폐지를 리어카에 싣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복지 지출의 특성상 대규모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단 점에서 한계는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법안 마련에 있어 시급성이 떨어지거나 현금성 지원에 불과한 제도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에 “별도 노인빈곤예방위원회 설치(김도읍 의원안 등)는 너무 관료적 발상”이라면서 “비용만 추가로 들어가지 꼭 필요하진 않다고 본다. 관심을 두는 건 좋지만 기존에 복지부에서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사회복지 지출에서도 단순히 현금을 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시장 논리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선택이 폭이 있는 것”이라며 그중 현금성 복지 지출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가 복지 재원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우리나라는 내년도 복지 예산을 122조원대까지 늘린 상황이다. 법안이 마련되더라도 재정 등이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남겨진 숙제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이 상당히 낮은 나라다. 복지를 늘리되 선별복지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선 “지금 예산을 막 늘린다기보다는 산업 정책 차원에서 대기업·중견기업 등에 투입되고 있는 여러 가지 대책(예산)들을 저는 복지 정책으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경윤 복지위 전문위원도 지난 3월 김 의원안 검토보고에서 “노인빈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재정적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관련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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