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잘 하라는 조언이었는데…“선배, 직장 내 괴롭힘이에요”

입력 2023-09-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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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능력도 성격도 좋은 걸로 유명했던 회사 동료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몰려 징계를 받았고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아직 업무가 미숙한 신입사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해줬을 뿐인데 여러 신입사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한 것이라며 억울해 합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동료 직원들도 자신이 언제든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히 조심스러워 합니다.

우리는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하지 않도록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며, 신고가 접수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노무 사건을 주로 다루는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 대처법을 물어봤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어떠한 불이익이 있나요.

A.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그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 내용에 따라 견책, 감봉, 정직, 해고 등의 징계나 전보 등의 처분이 이뤄질 수도 있죠. 비교적 가벼운 징계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승진이나 연봉인상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괴롭힘의 정도가 폭행이나 협박, 공갈, 모욕 정도로 심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피해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나요.

A.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죠. 결국 직장 내에서의 대부분의 발언과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상급자의 지위에 있을수록 과격한 발언이나 욕설, 험담 등을 하지 않도록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야 합니다. 업무상 잘못을 지적하고 조언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적인 지시, 집단적인 따돌림 등 업무상 필요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을 확인해보세요. 나의 행동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이뤄지면 회사는 제보자, 피해자,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후 가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조사는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신고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조사가 이뤄지기 전 충분한 일정을 확보하고 대비하세요. 지난 수개월 내에 발생한 이슈나 동료 직원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신고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의 경위, 당시 발언 또는 행위의 동기, 업무와의 관련성, 사건에 대한 현재의 생각을 정리한 후 조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 당일에는 조사자의 질문을 잘 듣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한 뒤,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Q. 신고자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A. 신고자나 피해자에 관하여 캐묻는 것은 피하세요. 신고내용에 관하여는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사실관계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은 단호히 반박하되 신고 내용이 사실인 경우에는 그러한 발언 및 행위를 하게 된 경위 및 동기, 업무와의 관련성, 사과 및 반성 여부를 명확히 진술해야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흥분하면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노무사 또는 변호사를 선임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Q.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요.

A.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도 신고자나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동료의 증언, 정신과 진료내역 등만으로도 피해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서 은밀히 진행돼 객관적인 증거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무조건 부인하는 태도는 추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내용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직장 내 괴롭힘의 조사 절차 및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데에는 피해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조사 절차가 약식으로 진행될 수 있고 괴롭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징계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된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조사자를 통해서 피해자에게 합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과 및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사과 및 합의 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조사자를 통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징계를 받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기업의 평가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무거운 징계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거나 해고를 당한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징계가 무효로 판단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회사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기 위해 고의로 명목상의 징계사유를 내세운 것이 명백하다면, 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법률 자문 해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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