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수익 사회환원 '속앓이'
금산분리 규제 등 걸림돌도 많아
비이자이익 확대·수익원 다변화를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선 현저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과 수익 사회환원
요구에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쉽지 않은 국내 여건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6월 말 기준 10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한투·메리츠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13조6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12조3776억 원)보다 1조2462억 원(10.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10개 금융지주사의 총자산도 3418조2000억 원에서 3477조5000억 원으로 59조3000억 원(1.7%) 늘었다.
이처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규모를 키워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은 낮다는 이유 때문이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지난해 실적을 집계해 공개한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KB금융지주로, 60위에 머물렀다. 신한금융지주가 63위, 하나금융지주는 76위, 우리금융지주는 93위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기업가치도 현저히 떨어진다. ‘더 뱅커’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ER)은 0.32배로, 영국(0.56배), 일본(0.57배), 미국(0.98배) 등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자기자본 장부가 대비 시장가의 비율을 뜻한다. PBR이 1배 이상이면 해당 기업 경영진이 현재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장부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KB금융)가 리딩금융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글로벌 순위로 보면 60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2002년 처음 은행에 합류하면서 서비스 사업의 국제화라는 부분에서 금융의 가능성을 믿었고, ‘금융의 삼성’을 만들고자 했다”며 “세계 20위권에 들어가려면 지금보다 자본을 2.5배 늘려야 하는데 개별 회사가 노력한다고 해서 가능한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성장하기에는 각종 규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지만, 정부는 ‘이자 장사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하며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사업 진출 등을 고민하지만, 금산분리 규제 등 걸림돌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간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 수익원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