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덕분에 다른 국가보단 한국이 우위”
한미 FTA 개정 가능성도 열어둬
지난해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요구해오던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 완화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기준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크리스 윌슨 USTR 한국·일본·아태경제협력체(APEC) 대표보는 최근 워싱턴D.C.에 있는 USTR 청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IRA 시행이 1년을 맞은 가운데 윌슨 대표보는 한미 양국이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기업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그는 “IRA는 큰 이슈다. 시행 주체는 재무부지만, IRA가 시행됨으로써 나오는 무역에서의 결과는 인지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한국 정부가 우려를 전해왔고 우리는 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의 대화는 도움이 됐고 우린 한국에서 겪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긴장감을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IRA 규정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윌슨 대표보는 “계속해서 한국과 대화하고 있고 규제와 관련해 다듬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법 조항이다 보니 유연성 적용에 제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유연성이 적용되기를 원하는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을 어느 국가에서 추출해오는지에 관한 것인데, 사실 (적용이) 쉽지 않다”며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범위를 제한한 상황에서 한국이 광물을 수입하는 국가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배경에 IRA 시행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월평균 4.4%로 집계돼 같은 해 1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윌슨 대표보는 “IRA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본다. 지난해 4분기라면 IRA가 시행되기 전”이라며 “그렇게 될(시행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그러한 영향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IRA는 지난해 8월 발효했지만, 법안 내 전기차 세액 공제정책은 올해 1월 1일 발효한 점을 짚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 기업이 다른 국가 기업보다 IRA 시행에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IRA 법안에는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 대한 세제 혜택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있다”며 “FTA는 한국과도 체결돼 있으니 (그렇지 않은) 유럽연합(EU)이나 다른 국가들보다 조금은 도움 되는 적용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FTA 관련 조항으로 모든 우려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선 한국이 우위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들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한미 FTA 개정 가능성도 거론했다. 윌슨 대표보는 “한미 FTA는 이슈 발생 시 해결하는 구조가 잘 잡혀 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양측이 판단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연성도 여기 포함된다”고 답했다. 이어 “FTA가 체결된 지 11년이 됐다. 지금까지 기술적 개정도 있었고 그중 일부는 한국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상황이 바뀌고 필요해지면 충분히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