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 비웃는 러시아...글로벌 에너지 영향력 여전

입력 2023-09-2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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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아프리카 등 석유 수출 3.4배 늘려
서방 제재에도 전체 수출량 7% 증가
러 석유제품 수출 금지 조치에 유가도 들썩

▲브렌트유 가격(위/배럴 당 달러)과 유럽 경유 가격(아래/톤 당 달러) 추이.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좀처럼 러시아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도 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을 늘리며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21일 내수 시장 안정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수출을 일시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유럽 경유 선물 가격이 한때 5%가량 급등했다. 유가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인 지난해 5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단계적 금지 조치에 합의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원유를, 올해 2월부터 석유제품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에너지는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에너지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조하지 않는 제3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대폭 늘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해상 운송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튀르키예·브라질·중국 등은 올해 2~8월 7개월 동안 하루 총 124만 배럴의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했다. 이는 2022년 하루 평균 36만 배럴에서 3.4배 급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유럽향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급감했지만, 전체 수출량은 오히려 7% 늘었다. 유럽에 대한 수출 감소분을 상쇄한 것은 물론, 오히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 셈이다.

러시아의 수출 금지는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국제 원유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공조해 연말까지 원유 감산을 이어나가기로 한 상태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의 요시다 테츠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의 수출 중단 조치로 원유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연내 100달러 선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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