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마약’ 유아인…병원 쇼핑·해외 원정에 공범 도피까지

입력 2023-09-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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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단순 투약 아니라 해외원정 등 치밀하게 움직여”
대마초 흡연은 인정…‘3대 마약’ 코카인은 혐의 부인
검찰, 공소제기 때 ‘투약 시점’ 특정할 수 있을지 관건

▲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2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7종 이상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유아인(37)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3개월간 보강 수사를 해온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단순 투약이 아니라 이른바 ‘병원 쇼핑’과 해외 원정을 다니며 치밀하게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유 씨는 2020년부터 서울 일대 병원을 돌아다니는 병원 쇼핑을 통해 약 200회, 합계 5억 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하고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가면서 수면제 1000정을 불법 처방받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유 씨의 소변에서 대마 양성 반응, 모발에서 프로포폴과 코카인, 케타민이 검출됐다. 이후 경찰은 병원ㆍ의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졸피뎀을 상습 투약한 정황과 미다졸람, 알프라졸람 등을 투약한 사실도 확인했다.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등은 수면마취제, 졸피뎀은 수면제, 알프라졸람은 신경안정제로 사용된다. 케타민은 ‘클럽 마약’으로 오·남용되는 대표적인 마약류이기도 하다. 유 씨는 대마 흡연 혐의는 인정했지만 의료용 마약류 중 일부는 치료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코카인은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다. 코카인은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강력한 환각과 중독을 일으키는 3대 마약으로 꼽힌다. 한번 투약하면 신경계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는 코카인 투약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지인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고, 미국 현지에서 일행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 적발했다. 유 씨의 지인 미술작가 최모 씨가 유 씨 및 본인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기거나 관련 공범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협박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씨가 상습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고, 집단을 구성해 해외 원정을 다니며 마약류를 투약해 왔다”며 “공범 및 주변인들 간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증거를 인멸하고 공범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진술번복을 회유, 협박하는 등 죄질이 중하다”고 설명했다.

▲ 배우 유아인이 5월 24일 마약 투약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판사는 “대마 수수 및 대마 흡연 교사 부분과 증거인멸 교사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주거가 일정한 점을 고려할 때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유 씨는 불구속 상태로 남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구속 사유가 충분한데도 영장이 기각된 건 유감스럽다”며 “마약 관련 범죄를 엄단해야겠다는 목표로 3개월간 보완 수사를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쟁점은 검찰이 유 씨의 ‘마약 투약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지다. 투약 여부는 모발 검사로 확인되지만, 투약 시기를 특정하는 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때 투약 시기와 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게 유 씨 측 변호인단의 입장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17년 3월 모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로폰 투약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모발 감정 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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