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탈탄소화 흐름 흔들리나…영국, ‘내연차 판매 금지’ 2035년으로 5년 연기

입력 2023-09-21 16:17수정 2023-09-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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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내놨던 ‘2030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정책 완화키로
주택 관련 기후변화 대책도 크게 후퇴
“히트펌프 전환 강제하지 않을 것”
2년 뒤 총선 앞두고 인플레이션 부담 줄이려는 의도
기아·포드 등 자동차 업체 즉각 반발...“실망스럽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총리 관저에서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5년 연기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런/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기후변화 대책을 일부 후퇴시켰다. 2025년 총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자동차 업계는 전기자동차 전환을 늦추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휘발유와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시행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전기차 가격이 아직 높다”며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강요할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주택 관련 기후변화 대책에도 변화를 줬다. 2035년까지 주택 내 신규 가스보일러 설치 금지 조치와 전기 냉난방 장치인 ‘히트펌프’ 보급 정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히트펌프 장치 전환을 강제하지 않고, 보일러가 고장 난 후에만 교체하도록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책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유지하기로 했다. 수낵 총리는 “영국의 2050년 탄소 중립 약속은 명백하다”면서 “다만 더 실용적이며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25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는 가계 부담을 줄이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영국 가정에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부과하는 접근 방식을 택했던 것 같다”면서 “정부가 현재의 기후 정책을 고수한다면 영국 국민의 동의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현재로서는 정부가 (전기차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여러분이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2020년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방안을 내놓는 등 녹색 경제로의 전환에서 글로벌 리더로 통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계획을 내놨고,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모두 영국보다 5년 늦은 2035년을 시행 목표로 내걸었다.

갑작스러운 영국 정부의 발표에 전기차 전환을 서둘러온 자동차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포드 영국법인의 리사 브랜킨 대표는 성명을 내고 “우리 사업은 영국 정부의 야망과 약속, 일관성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조치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아도 “복잡한 공급망 협상과 제품 계획에 변화를 가져오고 소비자와 업계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 정부가 계획을 연기하는 것에 실망스럽다. 많은 이가 그동안 정부 계획을 따라 노력하고 투자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 전기차 충전소, 재생에너지 등 다른 산업에서도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환경 규제를 주도해온 영국의 정책 변화가 전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 그룹(IIGCC)’은 “영국의 이번 조치로 인해 관련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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