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과 클린스만,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디에 [이슈크래커]

입력 2023-09-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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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예선 B조 대한민국 대 미얀마의 경기, 대한민국 황선홍 감독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황선홍 감독의 이름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활발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달 A매치 2연전을 치른 국가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각각 이끌고 있는데요.

특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축구 E조 1차전에 나선 황선홍호는 쿠웨이트를 9대0으로 완파했죠.

이날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어젖힌 한국은 전반에만 4골, 후반엔 5골을 몰아치며 화력을 자랑했는데요. 전반 45분, 후반 3분에 1골씩 넣은 정우영의 해트트릭과 조영욱(김천 상무)의 멀티골, 백승호(전북 현대), 엄원상(울산 현대), 박재용(전북 현대), 안재준(부천)의 추가골로 ‘중동의 복병’으로 불린 쿠웨이트를 가볍게 제압했습니다.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한국은 앞서 1대1 무승부를 거둔 바레인, 태국(이상 승점 1) 등을 제치고 E조 선두로 나서게 됐습니다.

반면 클린스만호는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1-0)에도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올해 3월 부임한 후 3무 2패로 A매치 5경기 연속 무승 행진을 이어온 만큼, 한 번의 승리가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진 못한 건데요. 일본 도쿄스포츠신문은 “스타 선수 출신 지도자 클린스만이 마침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첫 승리에 성공했지만, 아시안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각각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들이지만, 사뭇 상반된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모양샙니다.

▲8월 3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시리즈 3차전 파리 생제르맹(PSG)과 전북현대의 경기, 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안게임, 무엇보다 중요한 ‘혜택’ 걸렸다…PSG도 주목

두 대표팀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덴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연령 제한이 ‘24세 이하’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또 유럽의 강호들을 상대로 경기해야 하는 것과 달리, 아시안게임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아시아 국가들과 경기를 치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시안게임의 비중이 적은 건 아닙니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의조(노리치시티), 이승우(수원) 등 많은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함께 챙긴 게 있는데요. 바로 ‘병역 혜택’입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어린 선수들은 병역 문제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보내거나 적극적으로 유럽 진출 길을 모색할 수 있었죠.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진심’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출전 여부만으로 관심을 끈 선수,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 역시 이 혜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매체 ‘컬처 PSG’는 19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경기를 끝으로 이강인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알리며 한국의 병역 혜택을 조명했는데요. 매체는 “만약 한국과 이강인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다면 이강인은 약 18개월의 병역을 면제받는 혜택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2018년 손흥민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병역 혜택을 받아 3주간의 기본 훈련만 받을 수 있었다”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손흥민의 사례도 설명했습니다.

매체는 “PSG는 그들의 어린 선수 이강인이 한국을 결승전까지 이끌기를 바란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즉 프랑스 프로축구 정규시즌과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PSG가 최근 허벅지 부상까지 입은 이강인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허락한 덴 다 이유가 있다는 건데요.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은 이강인에게도, PSG에도 중요하다는 거죠.

▲19일 중국 진화 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대한민국 대 쿠웨이트 경기, 쿠웨이트를 9대0으로 꺾은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약체’ 지적 나왔지만…황선홍호, 쾌조의 출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종 명단이 발표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특히 최전방 공격진으로 자리한 박재용(전북 현대), 안재준(부천)에 대한 목소리가 컸습니다. 명단 발표 당시 두 선수 모두 K리그2에서 뛰고 있었고, 이름이 잘 알려진 선수들도 아니라 ‘역대 아시안게임 최약체 공격진’이라는 말까지 나온 바 있습니다.

박재용이 K리그1인 전북 현대로 이적해도, 안재준이 좋은 득점력을 자랑해도 이 시선은 쉽게 바뀌지 않았는데요. 이에 무엇보다 첫 경기에서의 활약과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골을 차 넣었고, 9대0이라는 대승까지 거머쥐었죠.

이번 승리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을 뿐 아니라 황 감독에 대한 ‘중간 평가’로도 작용했습니다. 2021년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첫 대회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대3으로 패해 8강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바 있습니다. 이후 선수 선발 논란 등으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죠.

황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1차 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B조에서 키르키스스탄과 미얀마를 잡고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는데요. 카타르와의 첫 경기에선 0대2로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해놓은 상황이라, 당시 경기 결과가 예선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죠. 그러나 약체로 평가받는 키르기스스탄, 미얀마를 상대로도 썩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이에 향후 파리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회의론이 이어졌죠.

이 같은 우려를 쿠웨이트전으로 씻어내면서 황선홍호가 자신감을 획득한 것은 물론, 황 감독의 선수 운용 폭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좋은 출발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클린스만, 역대 최장기간 ‘무승 감독’ 타이틀 벗고 우려 불식할까

반면 최근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대해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클린스만호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데 따른 반응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중앙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6년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한데요. 감독으로서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사실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클린스만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여론은 다소 회의적이었죠. 앞서 그가 미국 대표팀과 뮌헨 및 헤르타 감독을 맡으면서 불화설 등 논란을 수차례 빚은 적 있기 때문입니다. 구단과 상의도 없이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감독 사임을 알려 황당함을 자아낸 적도 있습니다. 헤르타 감독 부임 76일 만의 기행이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뒤를 이어 올해 3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 건 이른바 ‘재택근무’였습니다. 미국 LA 자택에 머물거나 유럽에서 개인 일정을 소화한 건데요.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머물면서 K리그를 관찰하는 건 고사하고, 미국에서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 등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같은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이어갔는데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닌 ‘축구 인플루언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습니다.

성적표도 부진합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을 이어갔습니다.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역대 최장 기간 무승 기록’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는데요. 사우디전에서 조규성(미트윌란)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지만, 1대0 신승이었습니다. 우려를 불식하기엔 사우디전 내용도 인상적이지 않았죠.

클린스만 감독이 직면한 문제로는 K리그에 무관심하다는 것, ‘무색무취’ 전술을 고수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클린스만호와 황선홍호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건 무리지만,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중인 황선홍호에 비해 클린스만호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황선홍호는 더 강력한 공격력을 구축할 전망입니다. 이강인이 오늘(21일) 오후 항저우에 도착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기 때문이죠. 다만 일정이 촉박해 21일 태국과의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2차전에는 결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황선홍호의 상황이 급박한 것도 아니라, 이강인은 24일 바레인전부터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최다 우승국(5회)입니다. 1970년과 1978년 방콕 대회에서 각각 미얀마(당시 버마), 북한과 공동 우승을 차지했고, 1986년 서울 대회에서는 단독으로 정상에 올랐죠. 이번 대회에서는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한국이 오늘 태국을 잡을 경우, 남은 바레인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또 앞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다득점을 기록했기에 태국전에 승리하면 조 1위도 가까워지는데요.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황선홍호의 여정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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