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 난 홍콩H지수에 중학개미 ‘곡소리’…일본시장 뛰어드는 개미

입력 2023-09-11 17:2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홍콩H지수 연계 ELS, 내년 14조 원 규모 만기 도래

2021년 초 발행 당시 대비 43.4% 하락한 홍콩H…손실 위험 ‘경고등’

33년 만의 최고치 찍은 닛케이225지수, ELS 발행 순항

▲홍콩H지수 및 닛케이225 지수 추이
해외 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 위기 여파로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가 폭락하며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엔저 효과로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닛케이225지수와 연계된 ELS 발행은 늘어나는 추세다.

11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H지수 관련 ELS 조기상환 건수는 14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발행 7개월이 지난 ELS의 조기상환은 1건에 불과했다. 실제로 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가 하락함에 따라 지수와 연계한 ELS 상품들의 조기상환이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보통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중간평가를 거친 뒤 조건을 만족하면 조기상환이 이뤄진다.

홍콩H지수는 올해 초만 해도 7000선 안팎에서 등락하다 부진한 경제지표와 부동산 위기가 한꺼번에 겹치며 추락을 거듭해 지난달 21일에는 6030.64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630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통상 ELS의 조기상환 조건이 최초기준가격의 80~9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상품이 조기상환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운 데다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2조3000억 원, 내년에는 13조9000억 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상당수가 2020년 말~2021년 초에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부터 이날(종가 6000.00)까지 42.49% 하락한 상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 1~2월에 발행된 물량은 모든 중간평가가 끝나 내년 만기상환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2021년 2월에 발행된 홍콩H지수 관련 공모 물량의 52%는 이미 하단 배리어(손실 구간)를 터치했고, 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홍콩H지수 연계 ELS는 40% 전후로 하단 배리어를 터치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만기 도래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하한 배리어 비율은 평균 65~75% 수준에 형성돼 있지만, 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2020년 초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벌어진 ‘ELS 마진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는 확인됐으나 기업·가계 심리가 개선되지 못했다. 잇따른 악재로 주식시장의 저점 확인 구간이 길어질 것”이라며 “중국의 민영 부동산 기업들은 주로 홍콩 시장에 상장돼 있으며 외국인 자금이 자유롭게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 주식시장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일본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순항 중이다. 역대급 엔저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닛케이225지수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4조2443억 원 발행됐다. 작년 상반기보다 203.2% 급증한 규모다.

다만 하반기 들어 일본 증시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투자 유인이 감소할 가능성도 커졌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점진적인 회복 경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성장 연속성 확인이 필요하고,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뒷받침돼야 추세 대응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