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 내민 미국, 사우디와 함께 아프리카 금속자원 확보 나서

입력 2023-09-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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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광산 지분 매입 후 美기업에 공급 방안 논의”
석유 감산 갈등 빚었던 사우디와 경제협력 도모
배터리 공급망서 중국 영향력 억제 의도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에도 사우디 핵심 국가로 넣어

▲2022년 전 세계 코발트 광물 시장 점유율. 단위 %. 위에서부터 DR콩고 인도네시아 호주 필리핀 쿠바 기타. 출처 오레곤그룹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그동안 사이가 멀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중동 외교에서 중국에 최근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뒤집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이 희토류 확보를 위해 사우디와 손잡고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백악관은 사우디 정부와 함께 전기차와 스마트폰, 노트북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와 리튬 및 기타 금속의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혀진 것은 없지만 사우디 정부가 설립한 국영 벤처기업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기니,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의 광산 지분을 매입하면, 미국 기업은 해당 광산에서 채굴되는 생산량 일부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사우디는 해외 광산 개발에 15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며 현재 전 세계 코발트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콩고에 국부펀드(PIF)와 국영 광산기업을 내세워 30억 달러를 출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실상 미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고, 그간 원유 감산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우방국 사우디와는 경제협력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부패한 국가에서도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사우디가 대신 광산 지분을 취득한다면 미 기업들이 다양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바이든 정부의 계산도 깔려있다.

금속자원 개발과 투자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던 사우디로서도 이번 아프리카 진출 방안은 ‘윈윈’인 전략이다. 사우디는 자체 전기차 산업을 구축하고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에서 인도와 중동, 유럽의 철도와 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구상을 출범시켰는데, 여기에서도 핵심 국가로 사우디를 넣어 중동 전략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중국과 차별화한 전략으로 아프리카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R콩고의 한 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광물 수출이 아니라 배터리로 가공하는 공장을 현지에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서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희토류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전기차 공급망에서 입지를 굳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또 광산 기업의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지분투자 형태로 하는 사우디의 접근 방식은 최근 몇 년간 자원 민족주의가 불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호감을 살만한 제안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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