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먹보의 민족”…탕후루의 진화가 시작됐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9-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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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마시카롱’ 인스타그램)
탕후루의 ‘진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단순히 과일을 꼬치에 꽂아 즐기는 게 아니라, 간식으로 즐기기엔 조금 생소한 재료를 사용한다든지, 다른 간식과 ‘합체’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을 반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선 넘었다’는 농담 섞인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생과일을 꼬치에 꿴 뒤 설탕을 입혀 단단하게 굳힌 탕후루는 중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입니다. 산사나무 열매가 주로 사용됐지만, 요즘엔 여러 가지 과일을 사용합니다. 형형색색의 과일에 반짝이는 설탕 코팅이 더해져 보기에도 예쁘고,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자랑해 인기가 좋습니다.

밥 먹고 탕후루를 먹으러 간다는 ‘식후탕’,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먹으러 간다는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과거 인천 차이나타운 등에서 주로 판매됐던 탕후루는 이젠 길거리 어디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간식이 됐습니다. 탕후루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도 생겨났는데요. 최근 한 프랜차이즈는 점포 개수가 400개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개인 카페에서도 탕후루를 만들어 내놓는가 하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들도 냉동 형태의 ‘아이스 탕후루’ 완제품을 들여놓고 있죠.

사용되는 과일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걸 넘어서, 탕후루는 온갖 간식에 활용(?)되고 있기도 한데요. 탕후루의 인기에 힘입은 진화를 살펴봤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팔레트디저트’ 인스타그램)
‘오이 탕후루’부터 ‘탕후루 오마카세’까지…탕후루의 진화, 어디까지?

귤, 딸기, 포도처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한 입 거리인 과일로 탕후루를 만들곤 했다면, 최근엔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채소인 오이부터 가래떡 등이 마카롱의 재료가 되고 있는데요. 미니 오이를 활용한 오이 탕후루는 오이의 시원함과 설탕 코팅의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별미라는 전언입니다.

이에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러다 탕후루 마카롱도 등장하겠다”는 농담도 오가곤 했습니다. 2019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뚱카롱’(뚱뚱한 마카롱)이 온갖 맛있는 재료를 활용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죠. 이 농담은 곧바로 현실이 됐는데요. 인스타그램에 ‘탕후루 마카롱’을 검색해보면 작은 탕후루 꼬치를 마카롱에 올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귤 하나를 통째로 마카롱에 끼워 넣은 곳도 있는데요. 모두 인기가 좋아 조기 품절된다는 설명입니다.

이 밖에도 실처럼 얇고 긴 설탕 타래로 과일을 휘감은 실타래 탕후루, 하이볼에 탕후루를 올려 달콤한 맛을 더한 탕후루 하이볼, 탕후루 빙수, 탕후루 쿠키 등 다양한 탕후루 간식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과 여러 종류의 탕후루를 제공하는 탕후루 맡김 차림(오마카세)을 메뉴에 올린 업체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게마다 탕후루 신메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앞으로도 탕후루의 진화는 이어질 듯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시는 한국인을 무시하지 마라”…변신하는 ‘K-디저트’

탕후루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유행하는 간식에서는 ‘재창조’의 가치가 빛을 발합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맛과 생김새를 자랑하는 건데요. 다양한 토핑과 소스를 끼얹는 한국식 피자·치킨에 이어 디저트도 기발한 재료와 레시피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뚱카롱, 크로플은 큰 인기를 자랑하며 국내를 넘어 일본 등으로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한입에 베어 물 수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마카롱에 온갖 재료와 필링을 가득 집어넣어 뚱뚱하게 만드는가 하면, 크루아상을 와플 팬에 넣고 납작하게 눌러 구워 크로플이라는 신선한 디저트를 만들어냈죠. 서양 사람들은 기함할지도 모를 모양새지만, 한국 누리꾼들은 “다시는 한국인을 무시하지 마라”, “다음엔 뭘 혼쭐내줄까”라면서 다음 유행이 될 간식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과자 약과도 크루아상, 버터바, 쿠키, 도넛 등 수많은 서양 디저트와 만나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MZ세대가 주 소비층인 편의점 업계부터 커피 프랜차이즈, 식품 제조사까지 약과 열풍에 뛰어든 건데요. CU가 올해 3월 선보인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 2종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20만 개를 돌파한 바 있습니다. GS25가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제품 ‘행운 약과’ 시리즈도 두 달 만에 150만 개 넘게 판매됐죠. 이디야커피가 출시한 약과 크림치즈 쿠키, 약과 버터바 등 ‘약과 디저트’ 2종은 출시 50일 만에 판매량 15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신세계푸드가 3월 출시한 ‘경제적 약과 파이’도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만 개를 돌파했죠. 쑥, 인절미, 흑임자처럼 건강한 재료로 만든 복고 간식을 찾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단순당’ 우려도…“과다 섭취는 금물”

탕후루를 활용한 각종 간식이 주목받자, 일각에서는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탕후루의 설탕 시럽은 주로 설탕, 물엿 등 단순당으로 만들어집니다. 단순당은 바로 체내에 소화 흡수되기 때문에 섭취와 동시에 혈당도 빠르게 오른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때 인슐린이 대량 분비되면서 다시 혈당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에 식욕이 증가하면서 과잉 섭취를 유발하고 당뇨, 비만 같은 만성질환을 부를 수 있죠.

물론 탕후루를 한두 개 먹는다고 해서 당장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단 음식에 익숙한 현대인의 식습관까지를 떠올렸을 때,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당을 많이 섭취하다 보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게 반복되면 나중엔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혈당 수치가 다시 낮아지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는데요. 인슐린 저항성은 2형 당뇨병 발생의 주요 위험 인자 중 하나입니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면 한국인의 평균 당류 섭취량은 58.9g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과 음료에서 섭취하는 당의 총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데요. 2000kcal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일일 당류 섭취 상한선은 약 50g이 됩니다. 과일 탕후루 하나를 만들 때 보통 13g 정도의 설탕이 사용되는데, 이미 당 섭취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탕후루를 먹으면 단순당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탕후루 유행과 관련해 쓴소리를 내뱉었는데요. 그는 10일 페이스북에 “음식 방송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높이겠다고 당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릴 때는 아무 말도 않거나 심지어 편을 들었던 그대들이 그러니 우습기가 짝이 없다”며 언론을 질타했습니다.

이어 “탕후루 유행은 당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져 나타나는 여러 현상 중 하나일 뿐”이라며 “탕후루가 문제가 아니라 당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린 그때 그 방송 프로그램들이 문제”라고 날을 세웠죠. “한국 외식 시장이 탕후루 끝판왕 대회장 같다. 캔디 탕후루는 어떤가. 알록달록 후르츠 캔디를 투명 설탕액으로 감싸보시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탕후루 같은 특정 간식을 조심하기보단, 하루에 섭취하는 단순당의 총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평상시 먹는 단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건데요. 혈액 내 과다한 당화산물은 염증을 야기하고 비만, 당뇨는 물론 심장과 뇌혈관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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