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지만 돈 모아서, 카드할부로도 사요” 스트릿 패션에 빠진 MZ [가보니]

입력 2023-09-10 06:30수정 2023-09-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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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오픈한 '아워파스' 팝업 매장 전경. (문현호 기자 m2h@)

원하는 게 있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사고 싶어요. 69만 원짜리 목걸이도 할부로 샀는걸요.

8일 서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의 한 의류 매장 앞에서 만난 정채민(24)씨는 스트릿 의류를 사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이달 초 문을 연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 ‘써저리’ 팝업스토어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한참 동안 옷을 골랐지만 이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구매하고자 하는 청바지는 52만 원으로 20대 중반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씨는 “가격이 부담돼 쉽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돈이 생기는 대로 여력이 된다면 원하는 옷을 사고 싶다”고 했다.

최근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씨처럼 과감한 소비를 하는 MZ세대들이 늘고 있다. 스트릿 브랜드는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을 각자의 해석대로 만든 브랜드다. ‘어떻게 저런 걸 다 입지?’ 싶을 정도로 제품별 개성이 강하고, 특히 2030 연령대에서 뜨거운 인기다.

롯데백화점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1일 에비뉴엘 잠실점에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 ‘아워파스’와 ‘써저리’ 팝업 스토어를 열고 이달 24일까지 운영한다. 아워파스와 써저리 두 브랜드는 20대 MZ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이다. 두 브랜드 모두 브랜드 자체의 뚜렷한 개성과 최고 수준의 품질을 추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개점 첫날에는 새벽부터 수십 명의 20~30대 고객들이 오픈런을 위해 대기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오픈한 '써저리' 팝업 매장 전경.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실제로 써저리 매장에는 개성 넘치는 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해체주의’를 표방하는 써저리는 원단을 해체하고 다시 디자인하는 등 고유의 한정 상품만을 제작한다. 특히 손님이 기부한 청바지를 새로 디자인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제품도 눈에 띈다. 흔한 청바지가 써저리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매장에 걸려 있는 옷들의 가격은 일반 캐주얼 브랜드 보다는 확실히 가격대가 높았다. 데님 자켓과 바지 가격표에는 각각 76만8000원, 58만8000원이었다. 이곳 매장 옷들은 적게는 10만 원대부터 최고 150만 원에 형성돼 있었다.

때마침 계산을 마친 윤준섭(27)씨는 “그나마 가격이 좀 싼 편인 데님 바지와 티셔츠를 각각 25만 원, 8만 원에 샀다”면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무리해서라도 좀 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가격이 저렴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투자할 만 하다”고 말했다.

써저리 매장 관계자는 “가격대가 있는 상품들이 많지만 최근 20~30대 젊은 고객분들은 과감하게 투자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스트릿 문화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주말이면 더욱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오픈한 '아워파스' 팝업 매장에 걸려 있는 의류. (문현호 기자 m2h@)

찾은 제품 발매 때 마다 모든 품목이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아워파스 역시 높은 가격의 개성 넘치는 옷들이 즐비했다. 가죽 자켓이 59만5000원부터 92만 원까지, 청바지는 33만 원 ~38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후드티는 10~33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아워파스는 이번 팝업 행사 기간 동안 브랜드 최초로 앤트리 상품을 기획해 출시했다. 또 롯데백화점에서 영감을 받은 익스클루시브 상품 ‘롯데 익스클루시브 저지’를 선보였다.

MZ세대의 하이엔드 스트릿 브랜드 사랑은 지난달 국내 첫 슈프림 매장 오픈 당시에 이미 확인됐다.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슈프림 도산’에는 매장을 방문하려는 이들로 끝없는 대기 줄이 형성됐다. 매장 오픈 3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대기하는 사람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스트릿 패션 브랜드인 슈프림은 1994년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간 정식 매장이 없어 해외 직구로 구매해야 했던 만큼 높은 리셀가를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두 브랜드 모두 최근 젊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트릿 의류 브랜드로, 다양한 개성과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입점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질세라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 본관 8층은 두 달여의 공사를 마치고, 8일 ‘뉴 스트리트(NEW STREET)’로 새단장 오픈했다. 기존 센텀시티에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던 브랜드와 새롭고 젊은 감각의 브랜드로 채워 20~30대 고객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벌스데이수트’와 ‘우알롱’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에이트디비전(8 Division)’과 ‘프로젝트(PROJECT)’ 등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브랜드를 한데 모은 편집 매장도 국내 백화점 처음으로 입점한다. 프로젝트 매장에선 글로벌 스트리트 대표 브랜드인 ‘스투시’도 만나볼 수 있다.

올해 2월 센텀시티 ‘하이퍼그라운드’에서 먼저 선보여 전국 고객들을 부산으로 불러 모았던 ‘이미스’, ‘포터리’, ‘인스턴트펑크’, ‘아웃스탠딩’ 등도 서울로 상륙했다. 여기에 아이코닉한 패턴으로 2030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르디 메크르디’를 비롯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커버낫, 와릿이즌, MMLG, 로우로우, 에이카 등 스트리트 대표 브랜드와 함께 ‘아디다스 BCC’, ‘푸마 비스포크’ 등 차별화된 스포츠 브랜드도 대거 들어선다.

‘MZ 전문관’으로 재개장한 센텀시티 하이퍼그라운드는 새단장 이후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20대와 30대 고객이 각각 101%, 87% 늘고, 부산 외 지역 고객 수가 60% 증가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하이퍼그라운드의 열기를 서울에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8층의 본관과 신관을 이어주는 팝업 공간 ‘더 스테이지’에서는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스포츠 브랜드 ‘윌슨’의 팝업 스토어가 2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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