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년 베일' 벗는 서울광장 지하 비밀공간

입력 2023-09-05 16:2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서울광장 13m 아래에 있는 지하공간. (전보규 기자 jbk@)

40년 동안 베일에 싸였던 서울광장 지하 비밀공간의 문이 열렸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있는 이곳은 시민의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5일 시민 개방을 앞둔 서울광장 지하 공간을 찾았다. 폭과 높이는 각각 9.5m, 4.5m고 총 길이는 335m인 서울광장 지하 공간은 지하상가 시티스타몰 아래, 지하철 2호선 선로 위에 있는데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개통하면서 높이가 다른 시청역과의 연결을 위해 생긴 공간으로 추정될 뿐이다.

장난감 도서관의 문을 통해 들어간 이 공간은 말 그대로 공사를 마친 뒤 40년간 별다른 쓰임이 없던 곳처럼 보였다. 구석구석 먼지가 쌓여 텅 비어 있었다. 작은 동굴을 연상케도 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시청광장 배수로에서 새어 나온 석회수가 만든 것으로 짐작되는 종유석과 석순은 이런 느낌을 더하게 했다.

▲서울광장 지하공간에 있는 석순. (전보규 기자 jbk@)

서울시는 이 모습을 그대로 시민에게 공개하고 공간을 활용할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을 생각이다. 서울의 심장부에 있는 곳이란 의미가 있어 시민의 바람을 담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지하철역을 단지 이동을 위해 찾는 곳이 아닌 즐기고, 쉬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지하철역사 혁신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되는 데 시민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것은 시청역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오는 8일부터 23일까지 '숨은 공간, 시간 여행: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이곳을 선보일 계획이다.

탐험은 해설사가 동행하며 서울시청 시민청을 출발해 시티스타몰, 숨은공간, 시청역, 아워 갤러리로 이동하는 코스로 진행된다. 탐험 코스는 모두 역사적 의미가 담겼다.

서울시청 태평홀은 1926년 지어진 경성정부청사의 의회 회의장과 과거 서울시청 대회의실로 사용됐던 곳으로 근대 행정 공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티스타몰은 1867년 서울 최초로 조성된 지하상가로 시내 지하 공간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숨은 공간을 지나 만나는 시청역은 1974년 개통한 1호선 시청역 지하보도와 1984년 개통한 2호선 시청역이 만나는 지점이다. 아워 갤러리는 국세청 별관과 서울시청을 건너던 지하 보행로에서 현재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시청 지하를 연결하는 갤러리로 2019년 재탄생했다. 덕수궁 지하보도는 1968년 태평로 차량 증가에 대응해 안전한 보행로를 만들기 위해 조성됐다. 2019년 국세청 별관이 철거되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설립되면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숨은 공간, 시간 여행: 지하철 역사 시민탐험대' 이동경로 (자료제공=서울)

서울광장 지하 공간 활용에 관한 아이디어 공모는 6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한다. 서울 시민은 물론이고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공모를 통해 서울광장과 지하 공간의 창의적 수직 연결, 시청역~숨은 공간~을지로입구역의 효율적 수평 연결, 독창적 지하 공간 조성 등 시민들이 최대한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