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문학에 모범 답안 없다 “복잡하면 복잡한 대로”

입력 2023-09-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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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페미니즘' 심진경 작가 (본인)
페미니즘 문학에 모범답안은 없다고 했다. “성 정체성, 계층, 지역, 학력, 직업 등등에 따른 여성들 간의 차이”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그렇기에 사안에 미묘하게 다른 입정을 취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최근 문학비평서 ‘더러운 페미니즘’을 펴낸 심진경 작가의 말이다.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 작가는 “미투 이후 여성 문학은 곧바로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읽히게 됐고, (독자에게) 희망 혹은 전복의 계기를 요구받게 된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작품 안에서 도덕성을 요구받느라 미학적 차원에서 볼 땐 너무 도식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는 아쉬움이다.

신간 ‘더러운 페미니즘’은 ‘여성, 문학을 가로지르다’(2005), ‘여성과 문학의 탄생’(2017) 등을 집필하며 우리 문학계 여성 작가들과 그들 작품을 꾸준히 논의해 온 심 작가의 신작이다. 지난 6~7년간 쓴 관련 비평을 한 데 모은 것이다.

특히 강화길, 김멜라, 윤이형 등 최근 2~3년 사이 여성 주인공의 삶과 고민을 다룬 이들의 작품을 소재 삼고, 시대를 반영하는 소설 속 캐릭터와 사건 묘사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본다.

그는 “문학 안에서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욕을 한다고 해도 맥락과 상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 “소위 PC함을 들어 ‘그런 장면을 썼느냐’고 작가를 비난하거나 부도덕한 존재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일련의 세태를 짚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복잡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더러운 페미니즘' 책표지 (민음사)

그런 면에서 윤이형 작가의 장편 ‘붕대 감기’(2020)는 “다양한 여성의 여러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혼이든 비혼이든, 화장을 하든 하지 않든, 이름난 시위에 참석하든 그러지 않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설계된 가치관이나 행동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문학이 구축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세계관이라는 말이다.

이미상의 ‘이중작가초롱’(2022)을 또 하나의 사례로 든 심 작가는 “여성들이 놓여 있는 복잡다단한 지형을 잘 다뤄 마치 퍼즐을 짜 맞추는 듯한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문학은 단지 메시지만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되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언어ㆍ논리ㆍ분위기까지 포함된 것”이는 점도 짚었다.

책 이야기를 이어가던 심 작가는 “문학 출판 시장이 무척 작아진 시점”이라는 최근의 고민도 덧붙였다. “과거 같으면 1만 부를 팔았던 작가의 책도 이제는 1000부가 채 안 나가는 게 현실”이다.

“해석이 필요 없는 (단순한)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그의 평가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는지 모른다. 원작을 읽었다는 전제 하에 접해야 더 재미있는 평론을 주로 쓰는 입장에서는 합당한 우려다.

심 작가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미상, 김멜라 같은 작가의 등장이 더 반가운 것”이라고 의미를 짚으면서 “이 작품들이 페미니즘 문학 안에서 다양한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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