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치맥페스티벌 성황인 대구, 어떻게 ‘치킨의 성지’가 됐을까?

입력 2023-09-03 07:00수정 2023-09-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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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사진=대구치맥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왜 대구에서 개최되는 것인가? 대한민국 치킨산업의 중심 대구!”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의 홈페이지 소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축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3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치맥(치킨&맥주)의 성지에서 다시 새롭게 도약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슬로건처럼 대구는 어떻게 치맥의 성지가 됐을까.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치킨의 성지’가 됐을까.

역사는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7년 제작된 대구시 전도를 살펴보면 조선 3대 시장이었던 서문시장에는 계전(鷄田)이라고 불리는 닭 판매 시장이 3분의 1 크기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닭 부화장인 신기부화장이 대구에 있었다. 달걀이 많은 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시대라 그 규모가 상당했고, 산란계 사육농장으로 확장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의성, 청도, 경산을 중심으로 수많은 양계장이 있었고, 지금 대구의 최고 부촌인 범어동과 황금동 일대는 당시 ‘양계장 특구’를 형성할 정도였다. 현재까지도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양계장은 대구경북 지역에만 10여 곳에 달한다.

이 즈음 칠성시장을 중심으로 닭고기 가공회사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닭을 재료로 하는 식당이 대구 곳곳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칠성시장에는 닭내장볶음, 수성못 주변에는 닭발, 평화시장에는 닭똥집(닭근위) 골목이 각각 형성됐다.

특히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닭똥집이 판매되는 곳은 바로 이곳이다. 주말이면 최대 1t까지 소비되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의 역사는 1972년 시작됐다. 1969년 동대구역이 생기며 인근 평화시장 앞거리에는 새벽마다 인력시장이 섰는데, 모닥불에 둘러 모여 일당을 벌려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평화시장으로 들어와 막걸리 한잔으로 마음을 달랬다. 그때 닭에서 쓸모없는 부위로 취급된 닭똥집이 기본 안주로 나왔는데, 밀가루도 바르지 않고 방금 튀긴 것이 지금의 닭똥집 골목의 모태가 됐다.

대구가 본격적으로 치킨의 성지가 된 것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치킨 브랜드 업체들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터를 닦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1978년 국내 최초로 양념치킨을 만들고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맥시칸은 프라이드치킨에 물려있던 국민들에게 충격 아닌 충격을 줬다. 양념치킨 덕분에 1985년 첫 매장을 대구 동구 효목동에 낸 이후 가맹사업도 성장, 전국 1780개까지 매장이 늘었다.

맥시칸 창업주인 윤종계 회장에게서 양념치킨의 비법을 배웠던 점주, 닭공장장, 납품 관계자들은 이후 다른 브랜드의 치킨을 속속 출시하기 시작했다. 페리카나치킨, 처갓집양념통닭, 스모프치킨, 맥시카나치킨 등이 모두 이곳, 대구에서 출발했다.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교촌치킨’ (사진제공=교촌치킨)

1991년, 맥시칸에 이어 또 한 번 치킨 프랜차이즈의 혁명이 있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간장맛과 부분육을 선보인 ‘교촌치킨’의 탄생이다. 경북 구미에서 시작한 교촌치킨은 닭 다리, 날개 등 인기 있는 부위만 주문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1999년 두 마리 치킨 시대를 연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등장도 파격이었다. 그동안 양념 반·후라이드반씩 주문하던 소비자들은 양념 한 마리, 프라이드 한 마리를 한 마리 값에 주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4년에 상표를 출원한 ‘종국이 두 마리 치킨’의 본사도 대구에 있다.

2007년 등장한 ‘땅땅치킨’도 대구에서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뼈를 제가한 치킨을 전기오븐에 바비큐처럼 굽는 치킨을 출시, 닭은 튀겨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이후 튀기지 않고 굽는 치킨 브랜드가 잇달아 생겼다. 이후에도 다수의 치킨 빅 브랜드들이 대구에서 탄생했다.

이 같은 ‘치킨의 성지’란 지역 특성과 접목해 치맥의 세계화를 위해 시작한 것이 ‘2013 대구치맥 페스티벌’이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상당히 성공적이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데, 해외 방문객도 많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대만,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 관광객 1000여 명도 방문하는 등 매년 10만 명 이상의 외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올해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새롭게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가한 외국인 참가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대구치맥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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