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소송' 칼 빼든 엔씨소프트…리니지 라이크 후폭풍 'IP 확보 소송전'

입력 2023-09-04 05:00수정 2023-09-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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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웹젠 R2M 고발에 승소…웹젠 불복해 항소
엔씨,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도 민사 소송 진행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엔씨 2분기 영업익 71% 하락
“IP 유사성 판단 엄격해질 수 있어…가이드라인 필요”

게임업계에 지식재산권(IP)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엔씨)가 한국의 대표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인 ‘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리지니라이크)를 개발한 회사들을 고발했다. 우후죽순 출시되는 리니지라이크에 엔씨의 매출까지 타격을 받으면서다. 이에 게임업계에서는 향후 게임 IP 유사성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질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다만,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아키에이지 워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게임업계 IP 소송전은 엔씨와 웹젠으로부터 촉발됐다.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는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엔씨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의 모바일 MMORPG ‘R2M’이 엔씨의 2017 출시작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웹젠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게임업계가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웹젠은 이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1심 판결은 엔씨가 제기한 두 건의 청구 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만 인용했고 저작권 침해 주장은 기각됐다는 설명이다. 승소한 엔씨도 항소했다. 청구액을 늘리기 위해서다. 만일 2심에서 엔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청구액이 더 늘어난다면 웹젠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엔씨는 이번 판결이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와 게임 콘텐츠의 성과물 도용에 대한 불법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엔씨는 1심의 청구 금액은 일부 청구 상태로, 항소심을 통해 청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는 리니지라이크가 우후죽순으로 나오면서 엔씨의 매출도 하락하자, 엔씨가 소송이라는 대안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 줄어들었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다수 출시되고 있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는 리니지라이크를 내놓은 다른 회사들에도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저작물은 저작권을 인정받기도 어렵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범위가 모호했던 상황”이라면서도 “최근에 나온 판례를 보면 앞으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인기작을 벤치마킹하는 건 게임업계의 관습이기에 이를 명확히 할 가이드라인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저작권 침해 행위가 아니라, 부정경위 행위라는 점에서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게임 산업은 장르가 한정돼서 인기 있는 작품과 같은 장르와 비슷한 형태로 신작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사성을 가르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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