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B+→A0로 '성큼'…400억 모집에 4000억 원
현대로템(A0)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도 공모액의 약 10배에 달하는 432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A-'로 신용등급이 상향한 지 약 1년 만에 'A' 등급으로 급격히 신용도가 뛰어오른 점을 눈여겨본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이날 진행한 공모채 수요예측에 1.5년물(200억 원)에 1360억 원, 2년물(200억)에 2960억 원 등 총 400억 원 모집에 432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자산운용사, 보험사, 증권사 이외에도 자본시장 큰 손으로 불리는 공제회, 주택금융공사 등도 100억 원씩 주문을 넣었다.
이에 따라 공모채 발행 금리도 현대로템이 제시했던 희망금리보다 낮아지게 됐다. 현대로템은 희망 금리 밴드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금리)에 -30~+20bp(1bp=0.01%p)를 제시했다. 조달금리는 민평 대비 최대 -50bp가량 낮게 형성될 전망이다.
현대로템의 이번 공모채 시장 복귀는 약 1년 반 만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과 3월 약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뒤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차입 부담 대신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힘쓰기 위해서다. 철도 및 방산 부문에서 대규모 수주물량을 확보한 점도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대표적인 '수주 잭팟'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폴란드 군비청과의 K2전차 수출계약과 호주 QTMP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신규수주로 전체 수주잔고는 2021년 말 10조2000억 원에서 지난 6월 말 16조6000억 원으로 대폭 뛰었다.
차입 부담도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선수금 수령으로 크게 완화했다. 현대로템의 순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5.3%에서 올해 6월 말 마이너스(-) 7.5%로 감소했다. 순차입금의존도란 총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것은 차입금보다 현금 및 기타 자산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 22일에는 신용등급도 기존 'A-'에서 'A0'로 상향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로템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하며 "사업기반의 안정성이 강화됐고 방산부문 대규모 신규 수주에 기반해 중단기적 실적 안정성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공모 회사채 흥행은 예정된 수순"이라며 "최근 신용등급이 잇달아 상향되는 등 시장 내 신용도와 지위가 확고한 편이었다. 재무비율도 안정적으로 차환 목적 발행한다는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공모 회사채는 다음달 7일 발행된다. 현대로템은 이번 공모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차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오늘 9월과 10월에 각각 150억 원과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