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R&D나눠먹기’ 원인은 과제중심제…새로운 시스템 만들어야”

입력 2023-08-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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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안보세미나 '한국형 핵억제 전략과 핵추진 잠수함 필요성'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연구개발(R&D) 비용 나눠먹기’ 근절을 위해 관련 예산을 대규모 삭감한 상황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계 혁신을 위해선 연구과제중심제도(PBS, Project based system)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연구비 나눠먹기, 갈라먹기는 20년간 정부가 키운 공룡이다. 연구자가 연구비 수주 영업을 해야 하는 PBS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PBS 제도’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 외에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과학계는 PBS로 연구자들이 외부 과제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창의적 연구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의 R&D 투자 규모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R&D 투자 비중은 4.95%(2021년 기준)로 세계 2위”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의 질적 성과가 낮고 기초연구성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가 나눠먹기, 갈라먹기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연구비 문제의 핵심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가 운영해온 PBS 제도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연구자들은 설립기관 고유의 연구업무나 원천기술 개발에 필요한 장기적인 연구보다 연구비용 확보를 위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낮은 출연금 비율과 높은 외부 과제 수주 비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PBS 문제는 대학과 기업부설연구소 등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PBS 제도로 한국의 과학기술 분야 연구과제의 성공률은 99%에 달한다. R&D 기획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성공확률은 낮더라도 성공하면 노벨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는 담대한 프로젝트에 도전하지 못하고 이미 결과가 뻔한 연구만하는 R&D 생태계로 변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PBS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자들에 안정적인 연구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기술분야의 특성을 감안해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보장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PBS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연구개발비 구조조정을 시작하려는 지금이야말로, PBS 제도 대신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만들어줄 새로운 연구비 재원 지급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고 설명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30일) 내년도 R&D 예산을 25조9000억원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31조 1000억원과 비교해 5조2000억원(16.7%)이 삭감됐다. 기업 보조금 성격의 나눠주기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 그간 R&D에 누적된 비효율을 걷어냈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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