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가 1967년부터 철권통치 이어 와
가봉 체류 교민 대사관 직원 포함 57명
“인터넷 차단돼 안전 확인에 어려움 있어”
30일 CNN에 따르면 가봉 고위 군 장교들은 국영 ‘가봉24’ TV 방송에서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며 “가봉 공화국의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로 한다. 가봉 국민의 이름으로 현 정권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평화를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가봉 군 수뇌부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경이 폐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가봉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6일 치러진 대선 결과 봉고 대통령이 64.2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야권의 온도 오사 후보는 30.77%로 2위를 차지했다. 개표 과정에서 국제 참관단 부재 및 인터넷 서비스 중단 등으로 투명성 논란이 커졌지만 봉고 대통령 측은 부정 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봉고 대통령 일가는 1967년부터 가봉에서 철권통치를 이어 왔다.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은 42년간 재임했다. 봉고 대통령도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가봉에서는 2016년 봉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국회의사당이 불에 탔다. 당시 정부는 며칠 동안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며 시위를 잠재웠다. 2019년에도 군인들이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곧 진압됐다.
한편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 가봉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은 대사관 직원 12명을 포함해 총 5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9명이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 거주하고 있다.
가봉 현지 한국대사관은 군부의 권력 장악 소식 이후 교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신송범 주가봉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 새벽 5시30분께 군부가 TV 방송을 통해 군부의 권력장악 발표를 확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수도 리브르빌 북부에 있는 대사관에서도 간간이 총성이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부 발표 이후 교민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했고 전화 통화도 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