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들고 민간 주택공급 등 떠미는 국토부…업계 “규제 완화 먼저”

입력 2023-08-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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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건설업계에 ‘당근 없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절벽이 다가오자 민간에 주택공급을 주문했지만, 민간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할 관련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방안은 빈칸으로 남겼다.

당장 업계에선 GS건설 영업정지 처분과 민간 아파트 안전 전수조사 등 국토부가 ‘회초리’만 휘두르고, 정작 공급 확대에 필요한 규제 완화는 빠져 ‘등 떠밀기’식 공급만 강요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는 국토부의 민간 공급 확대를 위한 세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일 국토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주택공급혁신위원회를 개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주택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이는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번 혁신위는 주택공급난 해소를 위해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성격이 짙었다. 우선 혁신위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다. 윤영준 한국주택협회장(현대건설 사장),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대우건설 회장),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피데스개발 대표) 등 건설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최근 전국에서 주택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급감하자 9개월 만에 소집됐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 18만92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착공은 9만2490가구로 50.9% 급감했다. 주택 공급절벽이 3년 이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가 민간에 공급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는 국토부의 일방통행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정책 지원 없이 공급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다. 서울 내 새 아파트 공급의 유일한 수단인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과 주택 수요를 늘릴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은 법안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민간에 공급하라고 해도 집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결국 시장 논리대로 움직이려면 부동산 시장이 풀려야 하는데 이는 재초환 완화 등 규제 완화 말고는 답이 없다”고 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 이후 정부의 지원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F 관련 기금도 만들고 일부 지원도 한다고 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원받은 곳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최근 금리도 많이 오르고 자금 조달 시장도 나빠 민간이 인위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초환 개정안과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은 1년 가까이 입법 공회전 중이다.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 완화를 위한 재초환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발표됐지만, 야당과 부담금 면제 구간 설정 합의에 연달아 실패하면서 논의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역시 답보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또 민간 공급의 발목을 잡는 미분양 규제도 여전하다. 당장 정부는 ‘공공의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지원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원 장관은 전날 “미분양 책임자에 최대한 책임과 불이익을 다 준 상태에서, (공공 개입을) 검토 못 할 이유 없다”면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정부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부 시행안 발표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 수요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주택시장 경착륙 위험완화정책 성과와 과제’에서 “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기준을 3주택으로 상향하고 세제별 복잡한 주택 수 제외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착공물량 확대를 위해선 “민간 지원 강화안 시행과 이를 위한 PF시장 지원성과 모니터링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혁신위 회의는 활성화 방안이 빠진 채 말만 오가 실속이 없었다”며 “뜬구름 잡기식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공급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실행안과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놔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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