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풍 본격화…유로존 통화공급량 13년 만에 첫 감소·아태 대출은 6년 만에 최저

입력 2023-08-29 16:10수정 2023-08-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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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7월 M3, 전년비 0.4% 줄어
경기침체 불확실성·자금조달 부담 확대 원인
아·태 지역 은행 대출 28% 급감
인플레·중국 경기둔화·금리 상승 영향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ECB) 본청 건물 유리 벽면에‘유로화’사인의 불빛이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독일)/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고금리 역풍이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불확실성에 더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총통화량(M3)이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M3는 예금과 대출, 유통 현금, 다양한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통화공급량 지표다. 유로존의 M3가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유동성이 감소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민간 부문 대출 성장세 둔화와 예금 감소가 있다. 지난 1년간 ECB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다.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후 기준금리를 3.7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7월 민간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정부 부문에 대한 대출은 2.7% 줄어 2007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가계·기업은 물론 정부와 금융기관 보유분을 포함한 유로존 전체 예금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버트 콜린 ING 이코노미스트는 “은행 대출의 연간 증가율은 계속해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 부문 대출이 크게 감소하고 가계 대출(주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은행 대출도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태 지역의 신디케이트론과 양자 대출 등 은행 대출 규모는 28일 기준 3270억 달러(약 432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 급감한 것이며 금액상으로는 2017년 이후 가장 적다.

금리 상승과 중국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대출이 급감했다. 특히 한국과 호주, 인도 등 다른 아태 국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출이 감소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로펌 화이트&케이스 파트너인 유진 맨은 “중국 경제의 미지근한 확장이 올해 은행 대출 감소의 주원인”이라며 “중국 대출 시장은 서구 시장을 뒤흔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하지 않았음에도 경제는 예상한 수준만큼 반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면 대출과 단기예금이 줄어들고,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는 곧 중소기업 경영 활동은 물론 개인 소비에도 막대한 타격을 줘 경제활동 전반이 둔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유로존의 경우 M3가 긴축적 통화정책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란 점에서 이번 감소가 9월 14일 열리는 ECB의 통화정책회의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을 두고 ECB 내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월 전년 동월 대비 5.3% 올라 여전히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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