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지적한 한국 ‘안보 불감증’…“민방위 사이렌에도 무시”

입력 2023-08-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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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전국 단위 민방공훈련 진행했지만
로이터 “드문 공습 훈련에도 대피 안 해”
ST “만연한 둔감함…전쟁 위협 인식해야”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역 인근에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으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에서 6년 만에 민방위 훈련이 실시됐지만 국민의 무관심과 안보 불감증 속에서 아쉽게 마무리됐다고 외신들이 24일 꼬집었다.

한국은 전날 북한 미사일 도발 등 공습 상황이 발생 시 시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요령을 익힐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민방공훈련)을 진행했다.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는 전국적인 민방공훈련이 이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남북 긴장 완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이유로 공무원만 훈련에 참여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오랜만에 진행된 민방공훈련 속에서 한국인들의 무관심과 안보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드물게 공습 훈련을 했지만 많은 시민이 이를 무시했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도 사람들은 대피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통신은 “완장을 찬 공무원들이 거리에서 벗어나도록 요청했음에도 사람들은 이에 귀 기울이지 않거나 대피소 등을 찾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지시를 받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시민들도 커피를 홀짝이는가 하면 ‘에어컨이 없다’고 불평하는 모습이었다” 등 무관심한 시민들의 태도를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훈련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실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50대 시민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다.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트타임스도 민방위훈련에 무관심한 이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이 6년 만에 첫 민방위훈련을 실시했지만 둔감함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한 20대 대학생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위협적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많이 발사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또 이 신문은 서울시청 지하철역에서 서울시여성회가 전쟁 식량을 맛볼 수 있도록 나눠주고 있었다면서도 “한국 국민이 전쟁의 위협에 대해 다시 인식하게 하려면 단순히 전시 식량을 맛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발적으로 방독면 착용법, 비상식량 배급량 사용법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시민들을 조명하면서도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은 평소와 같은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에 “사이렌 소리가 들려서 음악을 더 크게 틀었다”고 올린 한국 유저의 발언을 소개했다.

리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은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더라도 여전히 실제적 위협이며, 북한 정권이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경우 여러 각도에서 한국을 공격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민방위훈련은 국가와 지역 당국이 재난 대비를 위해 물류와 통신을 연습할 기회이며, 국민은 대피소 위치를 아는 것 이외에도 북한의 위협과 한미 방위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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