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떠오른 '가상자산 수탁시장'…은행권 지분 투자 잇따라

입력 2023-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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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지분투자 한 인피닛블록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
신한은행ㆍNH농협은행ㆍKB국민은행과 함께 커스터디업 진출
해외에선 은행 커스터디업 진출 활발…국내는 아직 눈칫밥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시장 진출을 노리는 은행이 늘어나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들이 직접 가상자산 사업을 영위할 수는 없지만, 지분 투자 방식을 통해 선제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29일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현황에 따르면 가상자산 수탁 업체 인피닛블록이 VASP로 새롭게 추가됐다. 인피닛블록은 지난해 대구은행으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았다. 인피닛블록이 VASP 신고 수리를 완료하면서 대구은행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가상자산 수탁업체에 지분을 투자한 네 번째 은행이 됐다.

앞서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은 각각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된 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카르도(CARDO),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했다. 세 업체 모두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적을 보인 것은 아니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사업보고서 한국디지털자산수탁은 기준 12억7300만 원, 카로드는 8억4000만 원, 한국디지털에셋은 3억6000만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향후 국내 가상자산 수탁 시장 크기가 커질 여지가 늘어났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상자산 회계 기준 발표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관 중인 고객 위탁 코인이 자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생겼다.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코인이 자산으로 계상될 경우 기업집단이 돼 각종 의무와 제한 등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4월 공시기업집단대상(자산총액 5조 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을 지정한다. 공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대규모내부거래 의결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및 기업집단 현황 △공익법인 이사회 의결 등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를 갖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까지 금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제 3자에게 코인을 수탁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커스터디 업체에 고객 위탁 가상자산을 맡기면 재무제표에 계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은행이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개발은행(DBS)가 2021년 ‘DBS 디지털 거래소’를 설립하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2020년 미국 재무부 산하 은행 규제감독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은 홈페이지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 인가를 받은 상업은행과 저축은행은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다음 해 미국의 US뱅크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아직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수탁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지분 15% 이상을 확보할 수 없다. 가사자산업이 금융업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지분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예전부터 예치 업무를 주로 해왔기 때문에 가상자산 예치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라며 “많은 물량을 보유 중인 거래소들이 은행에 물량을 맡길 경우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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