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노동자에 생존권을"...'탈석탄 지원' 특별법 통과될까

입력 2023-08-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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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59기 중 절반 폐지 수순
전문가 “전 세계 석탄발전 노동자 84만 명…비정규직 위주로 피해”
전력산업업계 “특별법 제정으로 ‘정의로운 전환’ 도모해야”
산자부 “기존 법 체계로 해결 가능한 문제…아직 판단하긴 일러”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17일 국회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입법토론회가 열린 모습. (제공=장동혁 의원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인 태안화력 1·2호기의 2025년 폐쇄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선 석탄발전업계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 및 일부 전문가는 별도 제정안을 마련해 업계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단 주장을 펼쳤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예정된 지역의 지자체장과 입법 전문가, 교수진들은 17일 장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입법토론회’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손실이 지역사회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화력발전소 폐지지역에 대한 직접적 지원 근거와 지역경제 위기 극복 지원 체계를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관계부처 등 일각에선 과잉 및 중복 입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석탄발전소 폐지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지역사회 몫”

▲지난해 4월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발전소 폐쇄 따른 노동자 대량해고, 정부는 알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리나라는 지난 정부 때부터 탈석탄 정책을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의 연료 전환을 도모한다는 게 정부 정책의 큰 줄기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 축소, 지역 경제 침체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산업전환 과정에서 소외 받는 노동자가 없어야 한다는 개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후변화 협약에서도 정의로운 전환 선언을 채택하는 등 이미 글로벌 주류 정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사람 중심의 (에너지·산업) 전환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전 세계 석탄발전 가치사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84만 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그중 절반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6년까지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충남·경남·강원 등 발전소가 밀집돼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곳들은 일자리 축소와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 위원은 “(발전소 폐지로) 가장 피해를 보는 이해집단은 노동자와 지역사회”라면서 “석탄발전소 소재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진행해봤더니, 대부분 세수 감소 규모가 수십억원에 달하고 인구 유출 및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더라”며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석탄발전 노동자는 발전사와 협력사를 포함해 약 1만5000명 정도”라면서 “기폐지된 석탄발전 8기 인력 중 재배치되지 못한 감축 인원 78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피해는 이들(노동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탈석탄 입법, 세계적 추세인데...韓은 ‘걸음마 단계’

▲지난 2월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 산업위 청원소위 신규 석탄발전 중단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탈석탄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은 이미 전 세계적 추세이다. 독일은 2020년 7월 ‘탈석탄법’(KAusG)을 제정했다. 그 안에는 2038년 탈석탄을 목표로 발전소의 단계적 폐지, 근로자 및 발전소 보상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발 빠른 입법으로 저탄소 연료전환에 대한 대비 태세를 일찍이 갖춘 것이다.

프랑스도 2019년 에너지기후법상 탈석탄 정책 시행의 근거 마련을 시작으로 3년간 4단계에 거쳐 탈석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돌입했다. 오랜 기간 탈석탄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지난 6월에야 장 의원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최초로 발의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발전소 폐지 대체산업에 대한 우대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5년마다 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기금을 조성한다는 게 핵심이다. 발의된 지 채 2달이 되지 않은 만큼, 아직 관련 상임위에서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기구와 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장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특별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고용보장 방안은 촘촘해야 한다. 특히 (산업 전환으로 인한) 실직의 경우 실업수당 외에도 생계나 주거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독일의 경우도 탈석탄을 추진하면서 고용조정지원금을 별도로 마련했고, 이런 내용들이 특별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잉’ ‘중복’ 입법 지적도…“특별법 필요성 판단하기 일러”

반면 특별법이 과잉·중복 입법에 해당할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됐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발전소 폐지 지역에 대한 지원과 대체산업 육성과 관련한 법령이 현행 법체계에 없냐고 물어본다면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과장은 “‘지역산업 위기대응법’이란 법이 있다. 거기서도 산업 위기 대응에 있어 선제지역 및 위기대응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소중립기본법 제7장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 상세히 얘기하고 있다”면서 “기존 규정으로 불충분한가에 대해선 답을 내려야 하는데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전환에 대해서는 꼭 법률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예산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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