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맥주는 품절인데, 연예인 여행은 안된다?…‘노재팬’의 양면성 [이슈크래커]

입력 2023-08-17 16:28수정 2023-08-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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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롯데아사히주류 공식 유튜브 채널)

배우 고소영이 15일 일본 여행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습니다.

고소영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편인 배우 장동건, 자녀들과 동행한 일본 여행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습니다. 공개된 사진에는 현지 잡화점, 식당, 편의점 등에 방문한 고소영과 가족의 모습이 담겼죠.

문제가 된 지점은 그가 사진을 올린 날이 ‘광복절’이었다는 겁니다. 누리꾼들은 댓글로 ‘광복절에 일본 여행을 가고 이를 전시하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는데요. 같은 날 태극기 사진을 게재하며 광복절의 의미를 전한 여러 연예인과 비교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했습니다.

고소영은 사진을 삭제했지만, 비판은 이어졌는데요. 그는 16일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중요한 날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인지 후 바로 삭제했지만 너무 늦었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그가 24시간이 지나면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사과한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모습만 보면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이 붙은 ‘노재팬’(No Japan·일본산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듯한데요. 사실 ‘노재팬’ 열풍으로 정점을 찍은 반일 정서는 최근 눈에 띄게 사그라든 모양샙니다. 일본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은 크게 늘어났고, 광복절에도 적지 않은 한국인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죠. 이뿐인가요. 일본 맥주,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노재팬’ 끝?…일본 여행객 늘고 일본산 맥주 인기 절정

최근 우리나라의 해외 여행지 1순위는 일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 관광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71만2000명 중 한국인은 312만8500명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전체 관광객 중 점유율은 29.2%로, 관광객 10명 중 3명이 한국인인 셈입니다. 뒤를 이은 대만(177만600명), 홍콩(90만9700명), 미국(97만2200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죠.

일본이 지난해 10월 무비자 개인 여행을 허용하면서 한국인 여행객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일본은 주말을 활용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비행시간이 짧은 데다가, 최근 원·엔 환율이 8년여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하락하는 등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여행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는 국내 일부 지역의 바가지 물가를 지적하면서 ‘이 돈이면 차라리 일본에 다녀오겠다’는 토로가 나오기도 했죠.

일본 맥주의 인기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에 대해서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마저 흘러 나오는 실정입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동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7985톤(t)인데요. 지난해 동월 대비 239%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동월 기준 사상 최대치에 해당하죠. ‘노재팬’ 열풍이 불던 2020년 7월과 2021년 7월에는 일본 맥주 수입량이 각각 774t, 522t에 그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677만5000달러(한화 약 90억5800만 원)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인 2018년 7월 기록했던 663만9000달러보다 큰 규모입니다.

인기에 힘입어 일본 맥주는 지난달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습니다. 일본 다음으로 수입량이 많은 나라는 중국(30141t), 네덜란드(2696t), 독일(1881t), 폴란드(1639t), 아일랜드(843t), 미국(656t) 순인데, 역시 차이가 큽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공식 스틸컷. (사진제공=㈜NEW)

일본 대한 반감 ↓…한일 관계 개선·반중 정서 등 영향

이 같은 수치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누그러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실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반감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와 30대 36.4%가 일본에 호감을 갖는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20대 이하만 보면 42.4%가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 연령대의 호감도(34.9%)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우선 문화적 교감이 거론됩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시기에 태어난 잘파 세대(Z 세대+알파 세대)는 포켓몬부터 슈퍼 마리오, 명탐정 코난, 짱구 등 일본 문화 콘텐츠에 익숙합니다.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을 접했던 3040 세대뿐 아니라 1020 젊은 세대로 확산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죠.

문화·경제적 ‘열등감’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의 문화와 경제적 영향력이 우위였던 1990년대와 달리, ‘K컬처’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요즘입니다. 이에 일본에 대한 선망이나 일본 문화를 즐긴다는 죄책감 없이, 콘텐츠는 콘텐츠만으로 향유하는 ‘쿨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거죠.

급격히 강해진 반중 정서도 언급됩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1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은 73.8%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63.2%)보다 높은데요. 중국의 외교 행보 등으로 비호감도가 너무 높아진 탓에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또 올해 들어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6월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을 찾은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일본 소비 이어질 듯…여름 휴가·추석 연휴 등 여행 수요도 충분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는 10일 만 15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광복절 연휴 계획에 대해 물었습니다. 10명 중 6명이 ‘집에서 휴식’(64.2%)할 예정이라고 답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게 나타났습니다. 20대 이하의 52.8%가 ‘집에서 휴식한다’고 밝힌 데 비해 60대 이상은 73.5%의 보다 높은 비율로 휴식한다고 답했죠. 반면 국내·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밝힌 이들은 어린 연령대일수록 비율이 높았습니다.

광복절 연휴에 일본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생각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갈 수는 있지만, 광복절 같은 의미 있는 날에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들이 절반 (50.6%) 정도였고, ‘언제 어디를 가든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9.5%였습니다. 10명 중 3명이 역사적 의미와 개인의 자유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특히 1995~2009년 출생인 Z 세대에서는 ‘개인의 자유’라는 응답이 유일하게 30%대를 기록해,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을 방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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