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자율규범 강화해 내부통제 유도해야"

입력 2023-08-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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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내부통제 “CEO도 책임지게 될 것”
최대 불안요소는 부동산PF “정부 대응에도 우려 여전”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순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직원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해서 경영자에게 바로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율적 규범을 통한 내부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최근 은행권에서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CEO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17개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행장이 직접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확인서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예고한 셈이다.

정중호 소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사고에 대해 CEO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내부통제 의무를 다하지 않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규제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 내부통제 처벌 제한둬야…자율적 규범도 중요

정 소장은 “한국은 2017년부터 ‘지배구조법’이 시행됐고, 지배구조법에 은행의 내부통제 기준이 제시돼 있어 이미 은행 자체에 내부통제를 맡기는 시스템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직원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해서 경영자에게 직접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발생하는 금융사고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금융회사가 완벽하게 금융사고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직원 개인의 행위 때문에 CEO가 즉시 사임한다면 금융사 운영의 안정성이 크게 저해된다는 것이다.

그는 “내부 통제제도가 발전한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금융사의 CEO 또는 임원이 평소에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들에게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적 규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가 언급했듯이 내부통제가 조직문화로 정착되려면 임직원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내부통제를 위해서는 자율적 규범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통화긴축 파급효과’ 주목…기준금리 동결기조 ‘지속’

하반기 한국 경제에서 주목할 것은 통화긴축의 파급효과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0.2%포인트(p) 낮췄다. 연구소는 하반기에는 완만한 민간소비 회복 속에 반도체 업황과 중국의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점진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향후 경제전망과 관련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고 예상보다 연준의 긴축이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화긴축의 파급효과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더디게 개선되거나,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될 경우 경기 반등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동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소장은 미국 연준이 인하 사이클로 전환하기 전에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국내는 기본적으로 금리 동결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로 주택시장이 재차 상승압력이 부각되면 오히려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긴축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문제는 부동산PF…국내 가계부채도 ‘위험수위’

부동산 파이낸싱(PF) 부실화, 가계부채 증가, 코로나19 상환유예 종료 등 하반기에 산적해 있는 수많은 악재 중 단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될 요인으로는 부동산PF를 꼽았다.

정 소장은 “3가지 모두 뇌관으로 불릴 만한 항목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코로나19 상환유예 종료는 가계부문의 상환속도 조절 등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PF는 주택시장 이외에도 다양한 부동산 상품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금리 하락과 투자심리 회복 전까지 선순환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부동산PF 부실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부실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증권, 저축은행, 캐피털 등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고 상호금융업권에서도 새마을금고 부실화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그는 “개발사업 초기 단계에 투자되는 브리지론, 중소형 금융기관과 중소건설사가 많이 참여하는 물류와 지식산업센터, 지방아파트 등 취약한 영역을 대상으로 부실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소장은 국내 가계부채의 규모나 증가속도, 구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부분은 경각심을 갖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약 1068조 원으로 전월(1062조 원)과 비교해 6조 원 증가했다.

그는 “전세보증금과 같이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부채 또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범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가계 금융자산이 급증하면서 부채 상환 부담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가계 분위별 자산과 부채 구성의 미스매칭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 감축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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