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아라”…큰손들의 화끈한 베팅

입력 2023-08-17 13:54수정 2023-08-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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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기금, 2분기 美 AI관련주 투자↑
美 큰손들은 ‘공포’ 전략…버핏 건설주‧금융주 베팅
서학개미 ‘픽’은 미국 장기 국채 ETF

▲국민연금 2분기 미국 주식 매수 순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탐욕에 팔고, 공포에 사라”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 그는 과거 신문 기고에서 이 같은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당시 기고에서 대공황 때인 1932년 7월 8일 다우지수가 41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경제 상황은 1933년 3월까지도 계속 악화됐지만 증시는 30%나 상승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경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지만, 주가는 올랐다는 것이다. 버핏은 “나쁜 소식은 투자자의 가장 좋은 친구”라며 “미래 일부(주식)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는 또 “로빈(개똥지빠귀)을 기다리다간 봄날이 지나가 버릴 것(If you wait for the robins, spring will be over)”이라고 했다.

‘G2(미국·중국)’발 공포가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경기호전, 금리인상)과 중국(디플레이션)의 엇갈리는 경기 흐름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겹악재로 떠오른 영향이다.

‘공포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역발상 투자에 나선 이들이 있다.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KIC)·버크셔 해서웨이 등 국내외 큰 손들이다.

역사적으로 비춰봤을 때 하락장 속에서 저가 매수한 세력이 결국 나중에 웃었다. 공포로 얼룩진 주식시장에 이번에도 ‘공포에 주식을 사라’는 격언이 맞을지 주목된다.

국내 연기금, 美 증시에서 AI ‘삼매경’

국내 연기금들은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식 보유현황 보고서(13F)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2분기 팔란티어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매수 규모는 약 3757만 달러(약 504억 원)로 추정된다.

팔란티어는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생성형 AI인 ‘챗GPT’ 열풍에 힘입어 올해 142% 가까이 오른 종목이다. 2분기에만 83%가량 올라 국민연금 또한 수익을 봤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등 AI 테마주를 많이 사들였다. MS는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와 제휴를 맺어 AI챗봇 ‘빙’을 선보이는 등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엔비디아는 AI의 필수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며 올해 204% 가까이 오른 종목이다.

한국투자공사(KIC)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KIC 또한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인텔 등 AI 관련주를 다량 매수했다.

해당 종목들의 매수 규모는 각각 약 4319만 달러(약 579억 원), 7074만 달러(약 949억 원)에 달한다. 특히 엔비디아는 한국투자공사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2.49%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포트폴리오 내 4위 수준이다.

‘공포’에 산 美 큰손…버핏·돈나무 언니의 투자전략

국내 연기금의 투자 양상은 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우드의 매수세와도 유사하다.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도 2분기 팔란티어를 처음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서다. 매수 금액만 약 1억490만 달러(1407억 원)에 달하며 2분기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에 올랐다.

워런버핏은 캐시우드보다도 ‘공포 전략’을 적극적으로 행했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분기 미국 대형 주택건설사 닥터호턴(약 7억2600만 달러)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닥터호턴은 뱅가드, 블랙록,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대형 금융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종목이다. 물론 최근 미국 주택시장 위기론이 커지면서 비중을 줄인 이들이 많지만, 버핏은 주택시장 개선을 점치며 닥터호턴에 베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대형은행 캐피털 원 파이낸셜도 약 2억6000만 달러 매수했다. 포트폴리오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이다. 미국 은행 연쇄 파산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에 매수했다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서학개미는 지수 하락 베팅

회사원 김 모(38) 씨는 지난 4월 3배짜리 나스닥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샀다. 나스닥100지수 하락률의 3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김 씨의 기대와 달리 지난달까지 나스닥100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우울해하던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G2’발 공포다. 김 씨는 “‘공포’에 베팅한다는 월가의 격언은 큰 손들에나 해당하는 얘기다”라며 “기대 수익률만 올리면 바로 청산할 생각이다. 시장 변동성에 편승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실제 서학개미의 선택은 글로벌 큰손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2분기 서학개미는 미국 장기 국채와 나스닥 하락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다량 매수했다.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채 불 3X SHS ETF’(TMF)로, 3억4690만 달러 순매수했다. 나스닥100 지수가 하락하면 3배 수익을 얻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 ETF(SQQQ)’(2억1255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바이라이트 ETF’(TLTW)(9820만 달러)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ETF(TLT)’(7702만 달러) 등 미국 장기 국채 ETF가 인기를 끌었다. 현재도 미국 장기 국채 ETF는 서학개미들의 순매수세 1‧2위를 나란히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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