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성공전략?…장호기 PD “자막 빼고 유명인 배제했다”

입력 2023-08-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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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 연사로 참여한 장호기 PD가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오른 예능 '피지컬: 100'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올해 1월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크게 흥행한 예능 ‘피지컬: 100’을 기획, 연출한 장호기 PD가 콘텐츠의 세계적인 성공을 위해 국내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애용하는 자막을 빼고 유명인 출연에 기대는 방식과도 과감히 거리를 뒀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 연사로 참여한 장호기 PD는 “’피지컬: 100’은 정말 최소한의 자막만 썼다”면서 “한국 예능에서 자막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너무 많은 배경 지식이 필요하고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막 밑에 번역된 외국어 자막까지 붙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화면을 다 덮는 텍스트는 방해 요소이기에 (콘텐츠의) 본질적인 재미를 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작품 내에서 과감하게 자막을 제거한 이유를 설명했다.

출연진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셀럽’도 배제했다”고 했다.

실제 ‘피지컬: 100’에는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등 몇몇을 제외하면 전체 100명의 출연진 중 이름이 알려진 이는 많지 않았다. 대신 신체능력에 자신 있는 운동 선수, 유튜버, 일반인 등을 고루 섭외했다.

장 PD는 “유명인이 출연하면 그들에 기대 콘텐츠가 흘러가게 마련인데, 해외에서는 그게 누군지도 모를 테고 사람들이 왜 (유명인 등장에) 박수를 치는지도 이해를 못 할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청 타깃을 확장해서) 보면 필요 없는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거액의 출연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품질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장 PD는 “넷플릭스 담당자를 만났을 때 어느 누가 봐도 크게 어려움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할머니가 실내에서 와인을 먹으며 보더라도 공감하게끔 만들었다”고 전했다.

MBC에서 시사교양 PD로 일해온 장 PD는 ‘피지컬: 100’의 큰 성공 이후 회사를 나와 갤럭시코퍼레이션 소속으로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27'을 차리고 활동 중이다.

장 PD는 “아무리 (방송을) 잘 만들고 재밌게 해도 한계가 있더라”면서 “나조차도 집에 TV 없는 것처럼 요즘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TV 없이 살거나, TV가 있다고 해도 방송국의 송출 프로그램을 따라가기 위해서가 아닌 ‘가장 큰 기계’로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OTT를 보는 데 활용한다”고 했다.

이런 여건에서 “‘화요일 밤 11시 TV 앞에 앉아주세요’와 같은 (방송국 PD로서의 요구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생각에 많은 고통을 느꼈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장 PD는 ‘피지컬: 100’ 시즌 2를 촬영 중이다. 내년 공개를 앞둔 가운데 지난주 경기 일산에 설치한 세트장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시즌2를 설명하는 등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장 PD는 “시즌3과 4는 아시아의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큰 버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서 “IP는 넷플릭스가 전부 가져가게 돼 있지만 내게는 ‘피지컬: 100’ 참가자가 있고, 내가 만든 여러 세계관 있는 만큼 그걸 활용해 또 다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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