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중국 경제적 곤경, 미국에도 리스크 요인”
부동산 불안 신탁업체로도 확산
지방정부 부채는 역대 최대치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이 부동산 부문의 혼란과 막대한 부채에 따른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1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전장보다 0.3% 상승한 103.19를 기록, 7월 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많은 트레이더가 다시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 전망과 부동산 위기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가장 큰 자산관리업체가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큰 위험 신호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도 중국의 수요 약화 우려로 각각 0.82%, 0.69% 하락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에 올여름 상승했지만, 중국 경제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하락세로 전환할 위기에 놓였다. 아이캡-TA의 월터 짐머맨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중국 경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수요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원유 시장은 미래 성장에 대한 희망의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의 경제적 곤경이 미국 경제에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는 아시아 주변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에도 일정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다른 부동산 기업과 금융권으로 확산하면서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위안양(시노오션)이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094만 달러(약 280억 원)를 상환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됐고, 부동산 부문에 자금을 공급하는 신탁업체들도 최근 만기가 된 자산관리상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위기가 전염되는 분위기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신탁 회사인 중룽 국제신탁은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홀딩스·난두물업, 셴헝인터내셔널 등 3개 회사에 대해 만기가 돌아온 상품의 대금 지급을 연기했다. 이 밖에도 중신, 중성, 우광신탁, 광다신탁 등 주요 신탁 업체들이 작년 말부터 원금·이자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부채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해 92조 위안(1경6912조36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6%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지방정부 부채가 94조 위안으로 더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상태가 가장 나쁜 10개 성에 태스크포스(TF)를 파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