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민정책금융 '사잇돌2' 취급 공시한 저축은행 절반 "연결 안 돼"…판매 중단도 속출

입력 2023-08-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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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중금리 정책금융 ‘사잇돌2’ 취급현황 분석
‘사잇돌2 취급 기관’ 41곳 중 19곳 “연결 안 돼”
판매 중단 명시 2곳뿐…정책금융상품 공시에 ‘구멍’
자산규모 상위 10곳 중 6곳 “공급 안 해…비용 부담”
나머지 4개사ㆍ지주계열 저축銀 공급 비중 90% 넘어

서민정책금융인 ‘사잇돌2’를 취급한다고 공시한 저축은행 41곳 중 29곳은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잇돌2 공급액도 상위사에 집중돼 있었으며 이 중 일부는 보험료 부담 등을 이유로 최근 취급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중앙회의 부실 공시와 취급 은행의 지나친 쏠림 현상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려는 저소득, 저신용 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에 ‘사잇돌2 대출 취급 기관’이라고 명시돼 있는 41개 저축은행 중 29.2%에 해당하는 12곳 만이 사잇돌2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잇돌2는 중·저신용거래자에게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공급을 목적으로 SGI서울보증과 연계해 취급하는 저축은행 중금리 보증대출상품이다.

사잇돌2 취급을 중단한 29곳 중 개별 홈페이지에 ‘판매 중단’ 사실을 밝힌 곳은 고려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두 곳뿐이었다. 한 저축은행의 경우, ‘사잇돌2’대출이 상품공시실에 취급상품으로 공시돼 있으나 상품 상세 보기를 누르면 사잇돌2 대출이 아닌 다른 신용대출 설명 페이지로 연결됐다. 해당 저축은행 측은 “(사잇돌2) 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지 1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중앙회가 제공하는 ‘바로가기’ 링크도 41곳 중 19곳이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기간이 만료돼 사이트 연결이 불가하거나 ‘없는 페이지’로 뜨는 경우도 있었다. 개별 저축은행의 홈페이지에는 잘 공시돼 있지만, 중앙회를 통해 해당 저축은행의 사잇돌2대출 정보를 얻으려는 경우 오류가 떠 접근이 불가한 곳도 14곳에 달했다.

저축은행과 중앙회는 상품 등 공시자료 변경사항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상호저축은행 통일상품공시기준’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금융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상품공시실’ 아이콘을 설정하고 예금, 대출상품의 거래조건을 공시해야 한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에는 ‘저축은행은 공시자료의 변경 등 금융소비자의 권리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관련하여 시의적절하게 금융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사잇돌2 공급 상위사ㆍ지주계열 90% 이상…저축은 “비용부담에 취급↓”

저축은행이 주로 대출을 내주는 차주는 신용점수 600점 이상 800점 미만의 중저신용자들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거래자의 신용평점 분포는 700점대가 5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저축은행 거래 고객 중 신용평점 800점 미만 거래자 비중은 저축은행이 84.8%로, 대부업(94.4%) 다음으로 높다. 사잇돌2와 같은 중금리 대출 공급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상반기 사잇돌2와 햇살론을 역대 최다 취급하는 등 저신용 취약차주를 위한 금융공급을 주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앙회 공시대상인 사잇돌2 취급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6034억 원으로 전년도 연간 취급액인 6496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개별 저축은행들의 취급 현황이다. 취재 결과 중금리 대출 사잇돌2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자산 기준 상위사들과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에 쏠려 있음이 나타났다.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저축은행 사잇돌2 대출 취급 실적을 보면, 2분기 지주계열 저축은행이나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들의 비중이 95.5%로 압도적으로 높다. 비중도 커지는 추세다. 1분기(92.9%)보다 2.6%포인트(p) 높아졌다.

취급 저축은행 수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총 16곳에서 올해 상반기 12곳으로 줄었다. 지주계열이나 자산 기준 상위 10개사 안에 들어가지 않는 중소형 저축은행 수도 감소세다. 지난해 1분기 5곳(머스트삼일·예가람·진주·키움·키움YES)에서 올해 1분기 4곳(예가람·진주·키움·키움YES), 올해 2분기 3곳(예가람·키움·키움YES)로 줄었다. 일부 대형사의 취급 규모 확대로 전체 업권 취급액은 늘고 있지만 중ㆍ저신용자들의 선택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조달비용 급증이 문제가 되다 보니 (사잇돌2 대출을) 취급을 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 취급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늘고 있다”며 “역마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상위 저축은행들도 취급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산규모 상위 10개사(SBI·OK·한국투자·윁컴·페퍼·애큐온·다올·모아·상상인·신한)중 사잇돌2를 취급하는 곳은 4곳(SBI·웰컴·다올·신한)에 불과했다. 2021년 판매 중지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자체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과 비교했을 때 한도 등 사잇돌2 대출의 경쟁력이 떨어져 자체 중금리 대출 수요가 더 컸다”며 “사잇돌 대출에 들어가는 보험료 등 비용을 줄여 자체 상품제공에 주력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취급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사잇돌2의 부실 수준이 커지면 저축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오른다는 점도 저축은행들이 취급을 줄이는 이유다. 사잇돌2는 해당 상품의 연체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취급 저축은행이 SGI서울보증보험에 내야 하는 보험료율이 오른다. 이는 저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지하고자 서울보증보험이 마련한 손실 분산 장치다.

올해부터 사잇돌2 판매를 중단한 한 대형저축은행은 “부실률이 올라가면 보증보험에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가 오르다 보니 부담이 커진다”며 “관리가 용이한 자체 중금리 상품을 늘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올해 2분기 사잇돌2 취급액을 늘린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 신용대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 때문에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 보니 정책상품 공급을 늘렸다”면서도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전략이나 대출심사 역량에 따라 취급 정도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에서 밀려나는 차주들을 제도권 금융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중신용자에 대해서는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그보다 더 취약한 계층에는 재정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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