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을 지역구로 둔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사건의 피해자 A 씨와 그의 가족이 처한 상황을 알렸는데요.
이 의원은 “전날 아주대 응급 외상센터에서 최원종 사건의 피해자를 만났다”며 “뇌사 상태에 빠진 20살 여학생의 부모가 보여준 병원비는 6일 입원에 1300만 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명치료를 선택한 피해 학생의 부모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병원비를 감당해야 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며 “문제는 이들이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A 씨는 보험이 없는 상태인 데다가, 이외의 지원금도 없다는 설명인데요.
헌법 제30조는 “타인의 범죄 행위로 인하여 생명, 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범죄 피해 구호가 시민의 기본권 중 하나라는 겁니다.
이를 위해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서는 피해자 심리상담부터 법률·의료 지원과 형사 사건 조정 업무 등 피해자와 가족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원하는데요. 문제는 해당 기관이 만성적인 예산·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커녕, 치료와 회복을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죠.
범죄피해자 지원은 대부분 범죄피해자 지원센터가 맡습니다. 이는 정부 위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인데요.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은 범죄자의 벌금에서 8%를 떼어내 조성한 기금으로 주로 마련됩니다. 그런데 벌금 외에도 과태료, 범죄 등으로 인한 이익 몰수금까지 재원에 포함하는 미국, 영국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 항목들이 재원에서 제외되기에 기금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정부는 2005년부터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을 할 수 있는데요. 피해자 치료비, 생계비, 구조비 등 경제적 지원과 국선 변호 등 법률적 지원으로 구성된 직접지원 사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사업 집행비를 보면 직접지원 사업 비율은 매년 20%대에 그칩니다. 또 범죄피해자 지원센터가 지급할 수 있는 치료비는 연 1500만 원, 5년간 총 5000만 원의 한도입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A 씨는 엿새간 병원비만 1300만 원이었다는데, 장해 또는 중상해와 같이 치명적인 피해를 봐 장기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죠.
이마저도 가해자의 보험사가 지급할 보상금과는 중복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최원종의 경우 최원종 보험사가 피해자 측에 지급할 보상금은 1500만 원 수준인데요. A 씨는 센터 지원금과 보상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거죠.
운영 시스템도 복잡합니다. 피해자 지원 주체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검찰 단계나 기소 이후 범죄 성격에 따라 사업을 집행하는 부처가 달라지는데요. 범죄피해자 보호기금 예산도 각 부처가 나눠 사용하는 실태입니다.
사업 집행 부처가 다양하다 보니 피해자가 지원 신청을 놓치는 일도 발생합니다. 구조금과 치료비,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은 범죄피해 발생을 알게 된 날부터 3년, 혹은 범죄피해 발생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습니다.
강력범죄 피해자 다수는 범죄 이후 신체적·정신적 치료나 트라우마 등으로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금도, 지원금도 미비해 그 가족도 정신적·경제적 부담감에 시달리는데요. 가해자를 상대로 범죄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통상 형사재판 결과가 나온 후에 재판이 진행되기에 절차가 길고 복잡합니다. 최원종의 경우 이제 검찰 수사 단계로 기소가 돼 언제 재판이 마무리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민사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최원종이 가진 재산이 없다면, 사실상 피해자가 돈을 받을 방법은 없죠.
이에 가해자가 낸 벌금을 피해자 지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4월 열린 한국피해자학회·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대검찰청 춘계 공동 학술 대회에서 강석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의 재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며 “기금을 가칭 ‘범죄 수익의 사회 환원 및 범죄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확대해 범죄 수익 환수분의 일부라도 피해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병호 인천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범죄피해자 지원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지원이 미미했는데,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제정·시행되며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범죄피해자기금법 제정으로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이뤘다”면서도 “현행 법령상 벌금의 8%로 기금을 조성해 재원이 부족하다. 최소 벌금의 15% 정도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지원 절차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김혁 부경대 법학교수는 “피해자 지원 창구를 지자체로 일원화하고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별로 피해자 전담 부서를 설치해 관련 지원 사업을 통합 관리한다면, 부처 간 사업 운영에 따른 지원의 차이나 중복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자체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을 통해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 지원 확충 등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