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은행 신용등급 강등 검토가 통화긴축 강도가 장기간 유지됐을 때 은행시스템 불안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초대형은행은 규제 자본도 확충해 놓았고 지역은행 불안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지만, 지역은행이 흔들리면 초대형은행과 은행시스템이 다 같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KB증권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통화긴축 강도가 장기간 유지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내년 말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불안한 지역은행이 생겼을 때 초대형은행이 인수하면서 규모를 더 키우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이라고 했다.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처럼 지역은행 간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게 바람직한데, 지역은행 전반이 압박을 받는다면 다른 지역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지역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 그리고 연준의 양적긴축(QT)이 지속되면서 은행시스템에서 예금이 꾸준히 감소한다면, 초대형은행도 예금 유치 경쟁 과정에서 예대마진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노력 속에 지역은행의 대출 태도가 더 깐깐해지면, 경기 확장 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물론 이 문제가 당장 부각될 가능성은 낮으나 중장기 전망을 할 때는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2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강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M&T은행, 웹스터 파이낸셜 등 10개 지역은행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고, 캐피털원(Capital One), PNC 등 11개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US뱅코프(US Bancorp), 뱅크오브뉴욕멜론(Bank of New York Mellon),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트루이스트(Trust Financial) 등 6개 은행은 신용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등급 하향 사유로 자금조달비용 상승, 규제자본취약성, 상업용부동산 관련 리스크 확대를 들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은행시스템 전반에서 예금이 줄어들고 있는데, 예금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신 금리가 높아지고 있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국채와 MBS와 같은 채권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내년 초에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약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되면, 상업용부동산 위험이 높아지면서 상업용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방중소은행의 CRE 대출 부실화 영향에 따른 등급 하향이 글로벌 위기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국내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약한 고리에 대한 신용경계감과 안전 자산 선호가 이어지면서 차주 스프레드는 보합 흐름을 전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