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귀환” 돌아온 에코프로 증권 리포트...장밋빛은 어디에

입력 2023-08-0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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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증권가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에코프로 그룹 리포트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에코프로 그룹 주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도’ 일색인 반면, 목표주가는 줄줄이 상향하면서 엇갈리는 부조화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2분기 실적 수치가 이야기하는 에코프로 그룹의 하반기는 부진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주를 이룬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KB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전기차(EV)용 양극재 출하량 확대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6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제시된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 중 가장 높은 목표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이베스트투자증권(47만 원), 하나증권(44만6000원), 키움증권(44만 5000원) 순으로 높다.

이들 증권사는 유진투자증권 단 한 곳을 제외하고 일제히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30% 넘게 상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0만 원으로 가장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도’ 의견과 함께 “해외 업체들 대비 밸류에이션 지표가 극도로 높게 평가받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고객사 대비 월등히 고평가를 받는 것은 수급에 의한 양극재업체들의 과도한 주가 상승이 원인”이라며 “배터리 셀 업체 대비 양극재 업체의 기업가치가 더 큰 것은 설명할 요인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지주사 에코프로의 합산 시가총액은 70조 원이다. 고객사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SK온)의 합산 시가총액인 63조 원을 앞서는 모습이다.

에코프로에 대한 분석 리포트는 하나증권 단 한 곳에 그쳤다. 앞서 에코프로에 대해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던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리포트는 없었다. 4개월 전 ‘매도’의견을 낸 뒤 강성주주들의 비난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았던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도 ‘매도’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목표주가는 55만 원으로 상향했다.

김 연구원은 “광산 보유 기업들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50%를 부여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프리미엄에 프리미엄을 더하는 셈”이라며 “3년 장기투자를 가정해도 현 가격에서는 투자매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멈춰섰던 에코프로 그룹주 리포트가 다시 나오는 것은 2분기 실적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최근 에코프로를 필두로 이차전지 종목들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넘어설 정도로 단기간에 급등하자 증권업계에서는 적정한 가치평가를 내놓기 어렵다면서 지난 몇 달간 에코프로에 대한 공개적인 분석을 꺼려왔다.

여기에 급등 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이차전지 주들이 한 차례 단기 조정에 그친 후 다시 상승 전환한 점도 애널리스트들이 에코프로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목표주가보다 현재 주가가 앞질러 선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리포트는 제대로 된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배터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이차전지 주가가 급등하면서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주주들의 반발에 어떤 의견을 내기도 조심스럽다. 이미 밈(meme) 주식화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워지자 일단 목표주가는 상향하고, 투자의견 매도는 유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지난 4일 에코프로비엠 리포트를 발표한 10개 증권사 가운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곳은 4곳(하나·신한·신영·이베스트)으로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보유(HOLD)’, ‘아웃퍼폼(OUTPERFORM)’, ‘비중 축소(REDUCE)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에코프로 그룹의 3분기와 4분기 실적을 둘러싼 증권사의 시각은 암울하다는 것이 공통적이다. 지난 3일 공개된 에코프로 그룹의 2분기 실적이 실망감을 키웠다. 에코프로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2%, 직전분기보다 6.6% 감소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직전 분기보다 매출액은 5.2%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6.9% 늘었다.

메탈 가격 하락이 2분기 실적 방어 실패로 이어졌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3분기 판가 하락은 가능성이 아닌 현실로 봐야 한다. 현재 리튬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4분기 판가도 불안하다”고 했다. 에코프로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0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2%, 직전분기보다 6.6%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급등했던 리튬 가격이 지난달 13% 넘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현재 주가에 미래 가치가 과도하게 선반영되면서 향후 주가가 다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왔다. 올해에만 주가가 318% 폭등하면서 이익가치 대비 115배의 유례없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연구원은 “최근 에코프로 강세는 대규모 증설 계획에 따른 미래 성장 기대감인데, 여기에는 전방 수요 환경, 원재료 수급 환경 회사의 기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배제됐다. 투자자 입장에서 미래 가치와 현재 적정 주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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