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나사’ 우주항공청 산 넘어 산

입력 2023-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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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안조위 다음 회의 날짜 협의중
현재로선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 불가능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2023.07.26. amin2@newsis.com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우주항공청의 연내 개청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과방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 의원들과의 샅바 싸움 끝에 우주항공청 설립을 논의하는 안건조정위원회가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열린 회의에서 안조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40여 분간 설전하다 회의가 끝났다. 국민의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신인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위원장을 맡길 원하지만, 민주당은 자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조속한 시일 내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 측은 통화에서 “과기부 출신의 변 의원에게 위원장으로 제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제안이 아니냐”며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 위원장직을 두고 양보가 없다. 당장 다음 주에 회의를 개최하고 싶지만, 위원장직 인선 때문에 날짜를 협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우주항공청은 연내 개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임위에 계류된 우주항공청 특별법 부칙에는 ‘시행은 공포된 후 6개월이 지난날부터’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부칙을 개정해 경과 규정을 3개월로 단축하면 연내 개청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려면 8월 말에는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8월 국회 과방위에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있어 여야 협의점을 찾기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이밖에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이 사천시와 대전시 간의 지역 싸움으로 번진 것도 난제다.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경상남도 사천시에 설립된다. 기존에 우주항공 관련 연구를 맡았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국가과학기술회 산하로 유지되고, 이곳들은 대전시에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달 27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330만 경남도민은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우주 강국의 비전을 이끄는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우주항공청이 개청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은 2일 논평을 내고 “우주항공청은 국가 차원에서 우주개발 역량을 한 군데 집중시키기 위해 설립하는 것임에도, 정부안은 오히려 우주개발역량을 분산시키고 국가 우주개발의 근간인 항우연과 천문연의 역량을 축소시키려 한다”고 반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7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우주항공청이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총선 싸움으로 번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남 사천시는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곳인 반면 대전은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 의원(대전 유성갑)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과방위 소속 관계자는 “그런 얘기가 돌기는 하지만, 의심일 뿐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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