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1분기 영업익의 약 20% 차지
완성차 업체들 AMPC 공유 요구 확대
고객사 요구 거절 힘든 배터리 업체 골머리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에 미국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수혜분 공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수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고민을 안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IRA에 따른 AMPC의 공유를 요구 받고 있다. 이에 일부 배터리 업체는 고객사 공유 여부와 방식 등을 놓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ㆍ판매한 배터리 셀에 대해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이다.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둔 배터리 업체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북미에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부터 영업이익에 AMPC 예상 금액을 반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반영 금액은 2112억 원이다. 전체 영업이익 1조938억 원의 19.3%를 AMPC로만 번 셈이다.
SK온 역시 올해 2분기 실적에 상반기 AMPC 수혜 금액 1670억 원을 반영했다. 전분기 344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비교해 적자 폭이 크게 줄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에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만큼 AMPC 수혜 금액도 점차 커질 전망이다. 아직 미국에 배터리 생산공장이 없어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AMPC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는 수혜 대상이 된다.
이에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AMPC의 공유를 요구하고 나서며 배터리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물론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의 합작공장은 지분이나 계약조건 등에 따라 AMPC를 나누게 된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단독공장에 대해서도 AMPC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에는 단독공장에 대해서도 AMPC를 공유해달라는 요구가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촉진과 배터리 출하량 증대를 위해서는 AMPC를 공유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서로에게 긍정적일 것이라는 논리로 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사와 원만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하는 배터리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MPC와 관련해 “고객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가격경쟁력을 고려해 일정 수준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전체 차량 판매와 배터리 판매를 선순환으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온은 아직 고객사와 AMPC를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정아 SK온 글로벌 얼라이언스 담당은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에서 “합작공장은 합작법인이 전액을 수취하지만, SK온 단독 공장은 직접 투자라 AMPC 공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이 같은 요구는 이미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한다. A씨는 “IRA는 미국 정부의 세금이기 때문에 온전히 한국기업에 100% 돌아올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며 “배터리 업체가 받는 IRA 혜택을 나눠 달라는 고객사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판가를 인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AMPC의 일부를 완성차 업체와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 B씨는 “AMPC를 공유하게 된다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배터리 판가를 인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면 매출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IRA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력이나 생산 능력 등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IRA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변동 리스크를 감안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체적 수익성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