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일원화 백지화' 시동…거대 야당에 좌절되나 [관심法]

입력 2023-08-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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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용소방대연합회와 전남소방본부 직원들이 영·호남 상생 실천을 위해 경북 수해지역 복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올여름 전국 곳곳에서 극심한 폭우 피해가 발생하면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된 하천 및 물 관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로 ‘물관리일원화’가 표적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로 이관된 물관리 업무를 국토부로 재이관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여당의 설명이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괴산댐 범람 등 최근 잇따른 수해 피해의 근본적 원인이 이전 정부 정책에 있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여당 소속 의원이 관련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추진력을 싣고 있지만, 통과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입법 저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물 관리 담당 부처를 환경부에서 국토교통부로 재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재 국가 물관리 주체는 환경부다. 업무 처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2018년 이른바 ‘물관리 3법’이 제·개정(물관리일원화)되면서 국토부(수량)·환경부(수질)로 나뉘던 관리 주체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를 다시 국토부로 재이관해 홍수 등 각종 피해에 신속하게 대응하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앞서 법안 발의 닷새 전인 지난달 21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 정부의 물관리일원화 사업이 총체적 허점이 드러난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당시 “문재인 정부 시절 어떤 이유에서인지 물관리를 국토부에서 빼앗아 환경부로 이관함으로써 수자원 관리의 비효율성과 비전문성이 겉으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법안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도 물관리 업무의 국토부 재이관이 필요하단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본지에 “국토부에서 하는 ‘국토 관리’와 환경부에서 하는 ‘수질 및 공기·대기질 관리’는 영역이 전혀 다르다. 환경부에서 하는 규제성 업무는 전부 수질 관리”라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 극단적 양의 비가 집중해서 내리고 있다. 물을 잘 모으고 적절한 때 공급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환경부는 (물관리일원화 이전까지) 수질 관리만 해왔기 때문에 물을 얼마나 얼만큼 가둬야 하는지 관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얼마 전 오송 지하차도 사고의 경우도 제방이 파괴돼 지하 차도에 물이 들어갔다. 만약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관리를 했으면 중장비 등을 동원해서 보다 수월하게 조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와 통화한 또 다른 물·환경 정책 관련 전문가도 “(물관리일원화가 논의되던 당시) 환경부가 수자원국만 가져가면 물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과장이었다”면서 “국토 계획이라든지, 물 공급이라든지, 방재 같은 업무들이 국토부와 더 밀접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토부가 가진 중장비 인프라도 유리한 점이 있다”면서 “(수해 등에) 제방을 쌓는 등 급하게 대응을 해야 할 때, 국토부는 지방 국토관리청에서 덤프 트럭 등 관련 장비를 총동원할 수 있지만 환경부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수해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법안 개정을 포함해 관련 논의를 당 차원에서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조직을 다루는 문제다보니 논의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길어져 시급한) 수해 복구 등이 늘어질 수 있다”면서 “시간을 두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법안 개정 등 필요한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 차원의 별도 특별위원회 구성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이 법안 개정을 통해 조직 재편 등을 시도하더라도 국회 통과까지는 여야 간 잡음이 예상된다. 과거 물관리일원화 정책을 주도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이다 무산되면 당 지도부 책임론이 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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