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말 파격 세일 맞나요?”…대형마트 3사 ‘물가 잡기 할인전’ 가보니

입력 2023-07-28 08:00수정 2023-07-2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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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왕십리점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마트에서 대대적으로 할인한다길래 왔는데, 막상 와보니 싸다는 느낌은 크게 없네요.”

27일 오후 서울 왕십리 이마트에서 만난 주부 정 모(73)씨는 상추가격을 살피고는 크게 놀라며 다시 내려놨다. 돼지고기와 함께 먹을 상추가 할인된 가격에도 한 봉지에 5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상추 한 봉지에 5000원이 말이 되냐”며 “몇백 원이라도 싼 제품 찾으려고 마트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 물가가 너무 올라 싼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 씨는 “대파도 과일도 너무 비싸 채소는 잘 안 사 먹게 되는 것 같다”며 “한 번 장 볼 때 6~7만 원 정도 나온 반면 요즘엔 10만 원은 금방 넘어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결국 정 씨는 “요즘은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 고기에 쌈 싸먹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라며 상추를 놓고 자리를 옮겼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상추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문현호 기자 m2h@)

실제로 이날 방문한 점포에서는 적상추 200g(100g·2590원)이 20% 할인된 4980원에 팔리고 있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 적상추(100g)의 서울 소매 평균 가격 2428원과 비교하면 평균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집중호우 등으로 크게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 대형마트들이 할인전에 나섰지만, 이날 주요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인근 홈플러스 동대문점에서 만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내와 장을 보러 왔다는 송 모(55) 씨는 “공산품은 싼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고기나 야채 등 다른 품목들은 아직 많이 비싼 것 같다“라며 “전체적으로 비싼 가격에 카트에 물건도 덜 채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온 박모 (73)씨는 국내산 할인 행사 품목인 삼겹살 대신 수입산 삼겹살을 집어 들었다. 국내산 삼겹살은 할인된 가격도 비싸 차라리 4분의 1가량 저렴한 수입산 고기가 낫다는 이유에서다. 박 씨는 “삼겹살이 할인한다고 마트에 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다”며 “요즘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하는 수 없이 수입산 고기를 찾고 있다”고 했다.

“또 카드 만들어야 하나” 특정 신용카드 결제 할인 방식에 소비자 불만

장을 보러온 시민들은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해야만 할인해주는 판매방식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할인 행사에도 특정 카드가 없으면 사실상 살만한 상품은 많지 않다는 반응이다. 주요 대형마트 곳곳에서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할인해주겠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40% 할인 삼겹살부터 5000원 할인된 수박까지 모두 일부 신용카드로 구매해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만난 김수연 (35)씨는 “마트에서 할인한다는 소식을 듣고 갔다가 특정 카드로 결제해야만 할인이 된다는 등 조건에 허탕을 친 경우가 많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 씨는 “특정 카드 결제 할인은 사실상 꼼수나 다름없다”며 “다른 대형마트 역시 비슷해 할인받으려고 만든 신용카드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 반응 속에서 대형마트들은 장보기 부담을 낮추고자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이마트는 27일부터 3주간 여름맞이 행사를 진행한다. 삼겹살, 한우, 샤인머스켓 등 70여 종을 할인판매 한다. 롯데마트도 다음 달 2일까지 바캉스 먹거리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다음 달 16일까지 ‘서머 슈퍼세일 홈플런’ 행사를 열고 대표 먹거리와 생필품을 최대 반값 할인에 나선다.

정부도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매주 가격이 급등한 품목을 선정해 1인 1만 원 한도에서 대형마트는 20%, 전통시장은 30% 가격 할인을 지원할 방침이다.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양파·상추·시금치·깻잎·닭고기·감자·대파·오이·애호박·토마토 등 10종에 대해 할인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각 채널별로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할인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체감 물가가 높은 상황”이라며 “고물가 장기화 추세로 이어져 고객 지갑이 닫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유통사의 물가 안정 노력이 시너지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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