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우리말] '밀수'는 텐트폴 영화? '흥행 기대작' 어때요

입력 2023-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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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포스터 (NEW)
“여름 텐트폴 영화 첫 주자 나섰다!”

26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를 두고 언론에서 즐겨 쓰는 표현이다. 김용화 감독의 ‘더 문’,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 작전’,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여름 영화시장을 노리고 줄줄이 개봉 예정인 흥행 기대작들도 ‘텐트폴 영화’라는 용어로 빈번하게 정의된다.

‘텐트폴’(Tentpole)은 텐트를 칠 때 가장 큰 지지대 역할을 하는 핵심 기둥을 뜻한다. 이를 빗대 만든 용어가 ‘텐트폴 영화’(Tentpole Movie)다. 영화배급사가 한 해 동안 가장 크게 흥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에 내놓는 대작을 의미한다. 기대처럼 흥행에 성공하면 좋은 현금 흐름을 만들어 매출상황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흥행에 실패하면 그만큼 큰 손해를 봐야 해 위험부담이 큰 작품들이기도 하다.

‘텐트폴 영화’는 할리우드 소식을 주로 다루는 영미권 매체에서 흔히 사용해온 표현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의 텐트폴 영화 ‘미션 임파서블7’ 수요일 하루에만 1550만 달러 벌어”(할리우드 리포터)같은 좋은 소식도 있는가 하면 “’인디아나 존스’ 속편은 흥행에 실패한 가장 최신 텐트폴 영화”(포브스)처럼 안타까운 상황을 전할 때도 사용된다. “댐슨 이드리스, F1 소재의 에플 텐트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 상대 역으로 낙점“(스크린 데일리)같은 식의 정보 제공 기사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말로는 ‘흥행 기대작’으로 쉽게 바꿔 쓸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6년 전문용어 개선안 검토회의를 통해 제시한 순화어다. 다만 ‘매출 상황을 기둥처럼 떠받든다’는 본래 용어의 강력한 비유적 맥락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만큼, 보다 효과적인 우리말 대체어를 찾을 때까지 논의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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