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R5ㆍHBM3 중심 수요 확대 '긍정적'
키옥시아ㆍWD 합병설 "확인된 바 없어"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DDR5,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판매가 확대되며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전반적인 투자 축소 기조에도 HBM 관련 투자를 늘려 성장의 핵심축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열린 2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의) HBM은 제품 완성도와 양산 품질, 필드 품질 등 모든 관점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인텔, ADM, 엔비디아 등 CPU, GPU 업체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클라우드 업체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HBM은 SK하이닉스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후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까지 진화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3 양산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5세대 제품인 'HBM3P'를 올해 하반기 내놓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5세대인 'HBM3E'를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3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는 차세대 메모리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7조3059억 원, 영업손실 2조8821억 원(영업손실률 39%), 순손실 2조9879억 원(순손실률 41%)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전분기 대비 매출이 44% 늘었고, 영업손실은 5200억 원 줄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ㆍ부사장)는 "HBM3,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나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44% 커지고, 영업손실은 15% 감소했다"면서 "HBM3 등 그래픽 사업 부문 D램 매출 비중이 전체 D램의 2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PC, 스마트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며 DDR4 등 일반 D램 가격은 하락세였으나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높은 가격의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어 D램 전체 평균판매가격(ASP)이 1분기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올해 투자를 50% 이상 축소할 계획이지만 차세대 반도체 관련 생산능력은 꾸준히 늘려 미래 수요에 대비한다. 2026년부터는 6세대인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그동안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DDR5와 HBM3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강세가 올 하반기에 지속되고, 감산 효과도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인 HBM3, 고성능 DDR5, LPDDR5와 176단 낸드 기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중심으로 판매를 꾸준히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의 초기 수율과 품질을 향상시켜 양산 비중을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다만 D램에 비해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딘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낸드는 재고 수준이 D램보다 높고 수익성이 나쁜 상황이어서 현재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018년 4조 원을 투자한 세계 낸드 2위 업체 일본 키옥시아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논의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아직 합병 관련 구체적 조건 등이 확인된 바는 없다"며 "두 회사 합병이 키옥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