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인데”…여름 독감 유행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7-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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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어린이가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전국 곳곳에서 찜통더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상 장마 기간엔 비가 내리면서 기온도 내려가지만, 올해 여름에 이 공식은 통하지 않는 모양샙니다. 장맛비로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체감온도가 기온을 웃돌고, 폭염 특보가 전국 각지에서 발효되고 있죠.

간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강원 동해안, 경상권, 제주도 등에서는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가 나타났습니다. 기상청은 오늘(25일) 오전 11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는데요.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웃도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광주와 전남 전역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죠. 내일(26일) 낮에도 전국이 30도 안팎을 기록하겠는데요. 습도가 높은 탓에 최고 체감온도는 33도 안팎으로 올라갈 수 있어 야외활동에 유의해야 합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의외의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끄는데요. 바로 ‘여름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더운 한여름에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통상 독감은 겨울부터 봄까지 기승을 부리는데요. 날이 따뜻해지면 독감 환자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7월 들어서도 증가세를 보이더니, 동절기 유행 기준을 3배 이상 웃도는 등 유행이 크게 두드러집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역시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탓에 코로나19와 계절성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이 동반 유행하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번 독감은 왜 여름철에 유행하고 있는 건지 살펴봤습니다.

▲지난달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보건소 코로나19 PCR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독감 유행하고 코로나 확산세까지…‘멀티데믹’ 우려

25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통계에 따르면 올해 28주 차(7월 9~15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16.9명으로, 25주 15명 → 26주 16.1명 → 27주 16.3명에 이어 4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통상 날이 무더워지는 여름철에 접어들면 독감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올해는 봄철 유행의 증가세가 주춤한 6월 말 이후에도 유행이 꺾이지 않았죠.

28주차 의사환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12세(43.0명)에서 가장 높았고 13~18세(25.2명), 1~6세(18.5명) 등 순으로 학령기 연령대의 유행이 두드러졌습니다.

일반 감기 원인이 되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도 유행하고 있는데요. 리노바이러스는 기침, 콧물, 코막힘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이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발열 증상은 적은 편입니다. 아데노 바이러스는 발열, 기침, 콧물 등 다양한 임상증상을 일으키죠.

표본감시기관을 통해 수집된 호흡기 환자의 원인병원체 감시결과(28주 차)에 따르면 리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의 검출률은 각각 18.6%와 15.9%로 코로나19(12.3%)보다 높았습니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월 3주 차(7월 18일~24일) 주간 일 평균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직전 주 일 평균 2만7955명과 비교해 38.8% 늘었습니다. 0시 기준 18일부터 24일 일주일간 총 27만166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누적 확진자 수는 3288만3134명으로 늘었죠.

날짜별로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18일 4만1995명, 19일 4만7029명, 20일 4만861명, 21일 4만904명, 22일 4만2500명, 23일 4만1590명, 24일 1만6784명이 각각 확진됐습니다. 특히 19일(4만7029명)엔 1월 11일(5만4315명)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가 4만 명을 넘은 것은 지난 1월17일(4만169명) 이후 6개월여 만입니다.

독감이 유행하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까지 증가하면서 ‘멀티데믹’(감염병 동시 유행)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수단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월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앉아 있다. (뉴시스)
감염병 전파되기 좋은 환경 조성돼…방역 조치 하향·면역력 약화 영향

이 같은 동반 확산세는 하향된 방역 조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교적 잠잠했습니다. 손 씻기 등 예방수칙도 예년보다 철저히 지킨 데다 마스크 착용으로 전염을 차단한 덕분이었죠. 마스크는 추운 계절엔 차가운 외부 공기로부터 코와 입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3년여 간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은 마스크를 벗은 후 오히려 독감과 일반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의 유행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지난 동절기 코로나19·독감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력 역시 거의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법적 격리 의무가 해제된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수가 줄어들기도 했죠. 또 최근엔 폭염과 폭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실내 생활이 늘어 감염병이 전파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도 확산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151명으로 직전 주(127명)보다 24명 많은데요. 사망자 수는 57명(일평균 8명)으로 직전 주 48명보다 9명 늘었습니다. 이로써 누적 사망자 수는 3만5216명, 치명률은 0.11%죠.

▲휴가철을 맞아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휴가철 변수 될까…당국 “우려 수준 아니지만, 종합 검토 후 위기관리 조정할 것”

일상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 여름 휴가철이 겹친 사실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휴가철엔 인파의 이동도 잦고 밀접접촉이 빈번합니다. 코로나19의 경우 여름 휴가철 직후 확진자가 급증했던 사례도 있죠.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것 아니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요.

방역당국은 당분간 산발적 유행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치명률이나 위중증 환자가 극히 낮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의료 대응 역량도 충분하다는 설명인데요. 8월쯤 예정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은 국내외 유행과 방역 상황을 고려해서 종합 검토를 거쳐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질병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기존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는 절차에 본격 착수한 바 있습니다.

2단계에서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에만 남아있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도 종료됩니다. 매주 1회 발표하던 일일 확진자 및 사망자 수 집계는 중단되고 표본감시체계로 전환되죠. 검사비와 치료비도 자부담으로 전환되지만, 중증 환자에 대한 지원은 당분간 유지됩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밀폐· 밀집한 장소나 인구 이동으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는 하계휴가지 등에서는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외출 전·후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기침 예절, 호흡기 증상 발생 시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 등 이용 시 일반 국민에게는 마스크 자율 착용을 권장하되, 고위험군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며, 감염취약시설 중 입소형 시설(요양원, 요양시설 등) 및 병원급 의료기관의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호흡기 감염병으로 진단된 경우라면 본인과 가족, 이웃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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