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모주 시장에 드리운 ‘포모증후군’

입력 2023-07-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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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김예슬 기자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대감으로 공모주 투자에 돈이 몰리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100% 좋아졌다고 보진 않습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따따블을 노린 투자금이 새내기주로 몰리고 있지만, 여전히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탓에 쉽사리 IPO에 나서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증시 부진 여파로 침체에 빠졌던 IPO 시장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400%까지 확대되면서 투자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가 시행된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시큐센, 알멕, 이노시뮬레이션, 필에너지 모두 상장 당일 장중 200% 넘게 급등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공모주를 받기만 하면 상장 첫날에는 무조건 주가가 오를 것이란 믿음이 견고하다 보니 일반청약 경쟁률이 수천 대 일을 넘기는 일이 다반수다. 일각에서는 2년 전 SK바이오팜에서 시작된 공모주 불패 신화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장 당일 ‘반짝’ 관심에 그친다는 게 문제다. 상장 첫날 205% 급등했던 시큐센은 3주간 하락을 거듭하면서 공모가 3000원에 다가서고 있다. 16조 원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을 모으며 주목받았던 필에너지는 기관투자자의 전환사채 청구 행사 여파로 하루 만에 22% 넘게 폭락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는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 채 기업의 실적이나 체력과는 관계없이 ‘묻지 마 투자’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혼자만 돈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은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기업들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그러나 포모증후군에 빠진 투자자들과 널뛰기하는 주가는 IPO의 순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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