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실업급여 개편, 정석대로 합시다

입력 2023-07-1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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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제8차 회의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실업급여 중 구직급여 지원대상은 ‘비자발적 이직자’다. 현실에선 ‘자발적 이직자’도 얼마든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사업주를 설득해 ‘권고사직’ 처리하면 된다. 이후 구직급여를 계속 받으려면 집체교육, 구직활동에 참여했단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4주에 1~2회 워크넷을 통해 기업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된다. 단, 면접 불참이나 취업 거부는 구직급여 미지급 사유가 되므로, 현실적으로 합격이 어려운 기업에만 지원하는 게 좋다.

구직급여 수급자들이 부도덕하단 말이 아니다. 제도가 이렇게 악용될 수 있단 얘기다. 실제 제도 허점을 이용한 부정수급 사례도 많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3개월간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만 무려 606명이 적발됐다. 부정수급액은 14억5000만 원에 달한다.

형평성도 문제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인 179만9800원보다 많다. 실직 전 평균임금의 60%가 하한액보다 적다면 하한액이 적용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중 27.6%가 실직 전 임금보다 많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이는 수급자들의 반복수급 유발한다. 수급 전 고용보험 가입기간 1년 미만 비율이 2018년 14.5%에서 지난해 17.3%로 올랐다.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는 같은 기간 8만2000명에서 10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28% 수준이다. 넉넉한 실업급여가 수급자들의 취업 의사를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취업자들에겐 박탈감을 안긴다.

실업급여 지원기준을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수급자의 비도덕성 때문이 아니다. 제도 자체의 문제 때문이다. 지원요건을 강화하든, 수급기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든, 반복수급을 제한하든, 부정수급 처벌을 강화하든, 하한액을 내리든 대책이 필요하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많기에, 여론이나 국회를 설득하는 데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업급여 개편 논의가 엉뚱하게 ‘시럽급여’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논란이 됐다. 참석자들은 수급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아 샤넬 선글라스를 사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지적했다. 또 실업급여를 ‘달콤한 보너스’란 뜻의 ‘시럽(syrup)급여’로 표현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일종의 ‘악마화’다. 실업급여가 절실한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은 졸지에 잠재적 실업급여 부정·편법수급자가 됐다.

제도를 개편하려면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 옳다. 제도의 문제나 논리구조가 불명확하다면 수혜자의 부정·편법을 부각하는 게 방법일 수 있으나, 실업급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정석대로 가도 큰 무리가 없다. 관성적인 수혜자 악마화는 제도 개편 동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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