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원치 않는 이혼소송, 거부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7-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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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아내와 저는 모든 게 맞지 않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다 보니 매번 다투게 됩니다. 결혼한 지 5년이 됐는데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아내는 이혼을 하자고 하는데, 저는 그래도 같이 살고 싶습니다. 원하지 않는 이혼 소송 거부할 수 있을까요?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Q. 부부 중 한 쪽만 이혼을 원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혼 방법에는 협의이혼, 조정이혼, 재판상 이혼이 있습니다. 협의이혼은 말그대로 당사자가 이혼에 관한 의사가 합치된 경우 진행됩니다. 부부 중 한쪽만 이혼을 원할 경우에는 법원에 이혼조정신청 또는 재판상 이혼청구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이혼조정신청은 법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한 후 재판부 및 조정위원들과 함께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상대방이 이혼의사가 1%라도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재판상 이혼 청구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법에서 규정한 이혼 사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이혼에 관하여 파탄주의가 아니라 유책주의입니다.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원인에 따라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홀로 유책이 있는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 청구하지 못하게 됩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는 1.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각호의 사유에 따라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Q. 배우자의 경제능력 등 정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사유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나요?

위에서 알려드린 사유(1호~5호)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6호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무상으로 6호 사유는 빈번하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3호는 직계존속이므로 배우자의 부모만 해당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부모, 장인, 장모 외에 시가, 처가와의 갈등도 많은데, 이 경우 6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배우자의 도박이나 경제적 무능력 등도 6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정확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사유도 6호의 사유로서 폭넓게 적용됩니다.

Q. 잘못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재판부가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나요?

아무리 혼인관계가 부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정이 파탄된 상태라도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상대방도 혼인을 지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보복성으로 이혼에 불응하는 경우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해 상대방이 반소로 이혼청구를 하는 경우 △부부 쌍방의 책임이 동등하거나 경중을 가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책배우자도 재판상 이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원칙이 아닌 예외적인 상황이므로, 입증자료를 충분히 수집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합니다.

Q. 재판부는 어떤 경우에 이혼 기각을 받아들이나요?

이혼 기각은 ‘이혼하지 말고 혼인을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혼소송에서 기각을 매우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혼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개인에 대한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도 존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방 배우자가 더 이상 혼인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황에서 ‘그래도 참고 혼인을 유지하라’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혼 기각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혼기각이 되는 경우는 △가정 파탄의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경우 △피고가 아닌 원고(소송제기한 사람)에게 유책사유가 있는 경우 △사실과 다른 허위 내용을 원고가 주장하는 경우 △서로 간 대화와 상담을 통해 부부관계가 회복 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남성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법제처 등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수원, 의정부에 있는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변호사로서 형사사건과 이혼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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