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사 포진' KT 새 이사회…'낙하산 포석' 되나

입력 2023-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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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정치화..탐욕 억제책인가, 新관치인가④]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을 행사하는 KT, 정권 바뀔 때마다 퇴진 압력·검찰 수사 반복
여권 낙하산 거부한 KT, 경영 공백 사태 장기화...정권 첨병 국민연금 입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 인사 줄줄이…낙하산 인사 길 열어

새 이사회를 꾸린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또 다시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도 활동 중인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관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이 빠지면서 전문성이 없는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의 길을 열어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퇴진 압력과 검찰 수사가 반복됐다. 구현모 전 대표는 2020년 취임사에서 “KT 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때부터 연중 바람잘 날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구 전 대표는 연임 도전을 선언했지만 국민연금의 외압과 사법리스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후 KT 이사회에서는 구 전 대표의 후임자로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낙점했지만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못 이겨 물러났다. 경영 공백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KT는 사업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의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인사에 정부와 정치권이 대놓고 개입하는 것은 KT의 공적 성격 때문이다. 공공성이 높은 라이선스 산업으로 관치와 정치권 낙하산이 횡행하는 것은 KT의 공공성에 닿는다. KT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을 의결하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부터 주주추천 방식이 포함되면서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치 압박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KT에 가장 필요한 인물은 정부와 코드를 맞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라고 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반년가량 KT경영 공백을 해결하고, 동시에 정치외압 논란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인물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외이사 7인을 확정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KT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가 차기 대표로 결정될 경우에는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다. 반면 또 다시 내부에서 차기 대표 자리에 도전한다 한들 ‘이권 카르텔’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KT의 민영화가 실패로 끝났다’라는 여론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본사 사장급 인사와 의혹 핵심인 하청업체 대표를 동시에 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발생한 KDFS의 수익이 KT그룹 ‘이권 카르텔’이라 불리는 전·현직 핵심 임원들에게 일종의 비자금으로 제공됐을 가능성도 추적하고 있다. 이를 놓고 KT 경영진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이권 카르텔 역시 경영 공백 장기화를 초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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