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법조카르텔...'50억 클럽'은 애초에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나

입력 2023-07-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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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검찰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조만간 다시 신병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에도 아직 뚜렷한 수사 성과가 없어 법조계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법조 카르텔’로 뭉친 50억 클럽을 검찰이 깨기 어렵다는 시선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기각된 박 전 특검 구속영장과 관련해 보강 수사를 이어간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앞서 법원에서 기각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에 대장동 사업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전달하는 대가로 이들에게 ‘넓은 대장동 단독주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검찰 재수사를 앞두고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부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럼에도 법원은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오히려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사실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찰이 혐의 소명에 실패한 것이다.

50억 클럽 의혹은 2021년 10월부터 제기된 것으로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대장동 1기 수사팀’이 이끌었다. 이후 검찰 정기 인사를 거치며 ‘2기 수사팀’으로 재편됐으나 사건 수사에서 그럴만한 성과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50억 클럽 인물로 지목된 곽상도 전 의원을 기소한 바 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을 통해 약 25억 원(세전 50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그밖에 사건 수사 초기 단계에서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들 몇몇을 불러 조사하기는 했지만,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까닭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의지나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법조계 거물들로 구성된 50억 클럽 사건을 검찰이 감히 살펴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6명 중 5명이 판검사 출신인 만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검찰 측은 부실 수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50억 클럽 수사가 갑자기 뚝딱한다고 되는 수사가 아니다”라며 “새로운 수사팀 개편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자금 추적, 대장동 본류를 수사했고 이를 토대로 50억 클럽 진상을 규명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혐의가 뚜렷해 보이던 박 전 특검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며 향후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검 다음 수상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의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에게 한 변호사를 소개시켜줬고 이 변호사에게 사건 대응을 부탁하거나 범죄수익 은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다. 김만배 씨가 자주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천대유에서 1억5000만 원의 공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50억 클럽은 법조계 거물들이 모인 ‘법조 카르텔’ 그 자체로 애초부터 검찰이 건드릴 수 없는 대상”이라며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건을 처리하니 결국 이런 결과가 나오는데 앞으로 수사도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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