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60개 지하 공동(空洞) 발견...도심 속 지뢰 ‘싱크홀’ 안전한가

입력 2023-06-27 16:25수정 2023-06-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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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동조사 구간 차도에서 보도까지 확대
GPR 차량 통한 공동조사...최대 4m 깊이까지만 가능
노후 상수도관 교체 시급...시민 안전의식도 중요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꺼지면서 모든 걸 빨아들이는 ‘싱크홀(지반침하, 땅꺼짐)’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땅꺼짐 현상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장마철을 앞두고 불안은 더 크다. 서울시는 예산을 늘리고 인력과 장비를 보강해 공동(空洞) 조사 구역 및 횟수를 늘렸지만, ‘두더지 잡기’ 하듯 발생하는 싱크홀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역부족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속 김용호 의원(국민의힘·용산1)이 27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총 197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2016년 57건을 정점으로 2017년 23건, 2018년 17건, 2019년 13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지반침하는 지난해 20건으로 증가했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 141.5mm/hr로, 100년 만의 ‘물폭탄’이 쏟아진 7~8월 지반침하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집중호우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도 현재까지 도봉구(2), 중랑구(2), 용산구(1), 서초구(1), 중구(1), 은평구(1), 서대문구(1), 송파구(1)에서 지반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싱크홀이 발생해 시민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는 특별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활용한 땅속 공동 조사 구간을 차도(1300km)에서 보도까지 확대해 2200km로 늘렸다. 10m 이상 지하굴착공사장, 침수 취약 지역 등 위험구간 공동 조사도 작년 250km에서 올해 500km로 두 배 확대했다. 5월 기준 1659km를 조사한 결과, 도봉, 종로, 동작, 강남, 영등포, 강동, 서초, 중구에서 60개의 공동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공동 발견 후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 지난해 8월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주택가에서 집중호우로 생긴 싱크홀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동 조사 구간을 확대하고, 발견 즉시 복구 조치에 나서면서 피해 예방에 힘을 쏟고 있지만, 현재 조사 방식의 한계도 뚜렷하다. 차량을 이용한 GPR 공동조사의 경우, 지표면으로부터 최대 4m 깊이까지만 측정이 가능하다. 싱크홀은 땅 깊숙한 곳에서 구멍이 생기기 시작해 지표면까지 올라오는 형태인데, 4m 내외에서 공동이 발견됐다면 이미 위험한 상태일 수 있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공동조사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위험 징후를 발견하기도 전에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깊숙한 땅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고, 위험을 감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의미다.

싱크홀을 100% 막는다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그나마 토공사 등으로 인위적 변화가 예측되는 지역은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그런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후 상수도관 교체도 시급하다. 싱크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한국은 상하수 관로 누수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누수는 도심 난개발 과정에서 설치한 상하수도 관로가 노후화되거나 굴착공사 중 매설된 관로를 손상시킬 때 발생한다. 박찬규 서울시 지하안전팀장은 “공동 조사가 10년 이상 앞선 일본도 싱크홀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노후 하수관 교체 이후 지반침하 현상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요구된다. 임 명예교수는 “도로에 물이 고여 있다거나 균열이 보인다거나 중앙선 혹은 경계선이 비뚤어졌을 경우 즉각 알려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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