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된 카데바로 환자 삶의 질 개선”…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 [가보니]

입력 2023-06-28 05:00수정 2023-06-28 14:4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유방암·화상 환자 맞춤형 인체조직제품 생산
“직원들 기증자 숭고한 뜻 기려 사명감 갖고 일해”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 전경. (사진제공=시지바이오)

“기증된 카데바(사체)를 통해 유방암과 화상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류주연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 센터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기증된 시체의 조직을 제품화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생소한 분야이지만, 기증자에 대한 예우와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최상의 인체조직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단지에 위치한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이하 센터)는 미국 조직은행에서 인체조직을 냉동상태로 공급받아 국내에 필요한 인체조직제품을 생산한다.

27일 시지바이오에 따르면 센터에서 생산한 인체조직제품은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에 사용하는 ‘시지덤 원스텝’, 유방부분절제술 후 결손부위 조직에 수복 용도로 사용하는 ‘시지리알로퍼티’, 화상이나 외상에 의해 심하게 손상된 부분층 피부이식에 사용하는 ‘시지덤 매트릭스’ 등이다.

▲각 작업공간마다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 (사진제공=시지바이오)

일반적으로 채취된 인체조직은 피하지방까지 같이 오게 된다. 센터에서는 피하지방을 분리한 뒤 약품 처리로 표피까지 제거한다. 또 면역반응이 없도록 세포와 모근도 없앤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해당 인체조직을 이식 받을 사람에게 맞도록 하는 추가 공정을 거친다. 이후 무균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한 기증자당 가공 기간은 보통 4~5일이 소요된다.

기자가 센터를 찾은 당일엔 인체조직제품을 생산하는 마지막 단계인 포장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센터 2층에서 본 생산시설은 작업 공간별로 완전히 구분돼 있었다. 작업자 모두 방진복과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세심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포장실 내 작업 복장은 더욱 까다롭다. 방진복 위에 후드를 쓰고, 라텍스 장갑에 수술용 장갑이 더해졌다. 무균 처리된 공간에서는 가공된 인체조직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 인체조직은 기증자마다 피부색, 탄력, 모근 수, 수술자국 등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시지바이오 내부 기준에 맞춰 제품 포장단계 때 품질관리팀에서 검수를 함께 진행한다. 제품 크기, 두께. 색깔, 점의 개수 등이 적힌 체크리스트로 검수 직원이 하나하나 확인 후 패키징 작업을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한 기증자의 카데바(사체)에서 최소 10개에서 1000여 개의 인체조직 제품이 생산된다. 시지바이오 관계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역추적할 수 있도록 기증자 별로 시리얼 넘버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며 “제품 출고 이전에 사진촬영으로 기록까지 남겨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체조직을 다루다 보니 애매한 경우가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인체조직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기 어렵고, 제품을 사용할 사람의 의견을 받아 최대한 높은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센터 지하 1층 정제수 시설 (사진제공=시지바이오)

센터 지하 1층엔 세척 공정과 처리 과정에 사용되는 물을 일정 수준에 맞춰 관리하는 정제수 시설이 자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조시설의 청정도를 관리하는 국제기준(ISO14644)에 따라서 클린룸을 운영하고 있다. 관리자급 인원은 미국조직은행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전문 인력을 양성해 품질과 안정성에 지장 없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조직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몇 곳 있지만,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로부터 품질관리 시스템을 인증받은 곳은 시지바이오가 유일하다. 류 센터장은 “연간 피부 420명, 뼈 300명의 기증자를 수용할 수 있다. 국내 조직은행 중 최대 규모 가공 시설을 갖췄다”며 “AATB 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한 기관이자, 아시아에서도 조직은행으로는 최초”라고 소개했다.

▲류주연 시지바이오 인체조직센터장이 회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시지바이오)

류 센터장은 “숭고한 취지로 기증받은 인체를 상업화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헌혈’이라고 이해하시면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기증받은 조직을 바탕으로 안전한 이식재의 형태로 공급하기 위한 연구 비용, 수혜자가 이식받았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비용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비록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업무는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 류 센터장은 “이윤 추구보다는 정말로 인체조직이 필요한 곳에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일을 하고 있다. 숭고한 취지로 기증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