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간정책’에 저출산 해법 있다

입력 2023-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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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1.2명대 출산율
2021년 1.58명으로 EU 평균 웃돌아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 늘리는데 초점

▲독일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 왼쪽 부친/ 오른쪽 모친.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독일도 한때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렸으나 최근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독일의 저출산 해법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정책’이라고 분석했다.

독일도 한때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렸다. 1990년대 출산율이 1.2명대까지 떨어지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서도 심각한 저출산에 직면했다. 그러나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1년 독일의 출산율은 1.58명으로 EU 평균인 1.53명을 웃돌았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떨어진 일본은 독일의 정책을 참고해야 하며 기업이나 사회의식을 개혁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린 그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후쿠이대의 요코이 마사노부 명예교수는 “과거 나치 정권에 대한 반성으로 독일에서 국가가 인구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금기시됐다”며 “역대 정권은 출산율 향상책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남성은 일, 여성은 가정’이라는 전통적인 성별 역할 분담 의식이 강했던 것도 저출산 이유로 꼽혔다.

부모,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 뚜렷이 늘어

그러나 독일은 2000년대 저출산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수당급여를 중심으로 한 가족정책을 크게 바꿨다. 금전적 지원에 더해 보육소 등 인프라 정비와 시간 확보까지 3개의 기둥을 세우고 정파를 넘어 정책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이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시간정책’이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시간에 여유가 없으면 육아에 대한 전망이 보이지 않아 자녀를 더 낳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독일 알렌스바하 여론조사 연구소에 따르면 정책 효과로 30년 만에 부모 모두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아버지의 경우 1993년 자녀와 같이 있는 시간이 평일 1.9시간이었지만, 2019년에는 3시간으로 늘었다. 어머니는 3.4시간에서 5.9시간으로 증가했다.

지역 주도로 가족 지원

시간정책을 구체화한 시스템 중 하나가 ‘가족을 위한 지역동맹’이다. 가족 친화적인 지역을 목표로 지방정부와 현지 기업, 노동조합, 교회 등 각 기관의 대표가 한 테이블에서 토론한다. 정부나 기업 등 참가단체가 활동자금을 지원해 부모와 자녀를 위한 여가활동이나 직장복귀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주도로 가족 지원 방침을 결정하고 실제 문제 해결로 연결한다.

조샤이국제대학의 우오즈미 아키요 교수는 “정부가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면서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가족은 기업 성공의 핵심이라는 점을 기업들도 공유하면서 사회와 기업이 가족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일본은 부친이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길지만, 실제로는 이런 제도가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얼마나 위기의식을 갖고 가족이 있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근무방식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바꾸고 육아 가구를 직장에서 응원하고 지역사회에서 지원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의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며 “노동시간은 주당 35시간이며 정시에 퇴근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내와 가사, 육아를 분담한다”고 전했다.

알렌스바하 여론조사 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최근 들어 일과 가사를 동등하게 분담하는 부부가 늘었다’고 답했다. 일본은 뿌리 깊은 성역할 분담 의식을 어떻게 없앨지가 큰 과제라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아이 혐오’ 대신 ‘가족 친화’ 목표로

독일의 출산율 개선에는 이민자 증가가 주된 요인이지만, 독일인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 18~30세에 아이를 3명 이상 원한다고 답한 사람이 구서독 지역에서 17%, 동독 지역에서는 9%였던 것이 2014년에는 각각 31%와 20%로 상승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독일 정부는 1990년대 ‘가족 보고서’에서 ‘아이를 싫어하는 사회’로 불려온 자국의 육아 환경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레스토랑이나 미술관 등으로 외출할 때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부담스럽거나,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책임감이 커서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아이 혐오’에서 ‘가족 친화’로 사회를 바꾸고 있는 독일의 궤적은 일본의 참고가 될 만하다고 닛케이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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