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특명 ‘신상공개 확대’ 급물살…대통령실 '위헌 논란' 점검

입력 2023-06-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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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부산 돌려차기' 계기로 신상공개 확대 지시
예기치 않은 과제, 대통령실 위헌 논란 점검
정부입법에서 의원입법으로 바꾼 배경…공론화 필요
'무죄추정 원칙 위배·신상공개 후 무죄 판결' 해법이 관건
위헌·지방차별 논란에 막힌 제시카법처럼 시간 걸릴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상공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후 국민의힘과 정부, 용산 대통령실이 추진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실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고위당정협의에선 신상공개 범위 확대 특별법을 의원입법으로 진행키로 했다. 현행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해 대상 범죄를 내란·외환·테러·조직폭력·마약 등 중대범죄와 아동 대상 성범죄, 여성 등 불특정인이 피해를 입기 쉬운 ‘묻지마폭력’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특히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피의자가 기소돼 피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신상공개가 막혔던 부분도 고친다. 윤 대통령은 해당 사건 항소심 선고일에 신상공개 확대를 지시하면서 피고인 신상을 공개토록 하는 입법을 우회적으로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신상공개 확대 지시는 해당 사건이 계기가 된 사실상 즉흥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범죄 등 중대범죄 관련 제도개선은 국정과제로서 추진돼왔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제시카법’이 위헌 논란에 부딪히는 등 과제를 추가할 상황이 아니었어서다.

신상공개 확대는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고위당정협의가 열려 급물살을 타긴 했지만,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기 쉬워 대통령실과 정부 내부적으로는 곤란한 입장이다. 윤 대통령 지시 당시 근시일 내 정부입법을 예고했다가 고위당정협의를 거치며 의원입법으로 형식이 바뀐 것도 이런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위헌 등 논란의 여지가 큰 만큼 국회를 통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본래 준비해왔던 과제는 아니었기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과 법무부에서 급하게 여러 법적 검토를 했다”며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아동·청소년과 성범죄 등등 일부 범죄에 국한돼있는 상황이라 이를 확대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라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가해 남성 A씨가 피해자를 발로 차고 있다. 사진제공=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

대통령실이 우려하는 지점은 결국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에 따른 위헌 논란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무고한 이의 신상이 공개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피의자 신상공개는 심사를 거쳐 증거가 확실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하는 중대한 사건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공분할 일이긴 하지만 중대한 사건들이 많기에 현재만큼 알려지지 않고 신상공개 심사를 거쳤다면 공개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사건에 따른 여론으로 인해 신상공개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다른 범죄나 사건들에서도 신상공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던 신상공개가 됐다가 무죄로 밝혀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무고한 이가 신상공개로 입는 복구할 수 없는 피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당정협의에서 신상공개 확대 특별법의 대략적인 방향은 잡혔지만, 내용은 국민의힘의 법안 발의와 국회 심의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위헌 지점을 피하고 무고한 이의 피해를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는 게 국회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제시카법과 같이 위헌 논란으로 인해 결론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장 교수는 “제시카법은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는 사실상 거주가 불가능하게 돼서 결과적으로 성범죄자들을 지방으로 모는 꼴이 된다”며 “차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입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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