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정받은 ‘노란봉투법’...국회 문턱 넘나

입력 2023-06-17 05:00수정 2023-06-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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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법원의 손배책임 제한 판결 취지에 따른 국민의힘의 노조법 개정안 처리 동참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대법원이 기업의 노조 대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건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노란봉투법’ 취지와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법안 통과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이날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 정도는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법상 공동불법 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선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불법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조와 달리 조합원 개인에 대해서는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와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 책임 인정하는 경우 손해에 대해 배상 의무자별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했는데 두 번째 부분이 대법원 판결의 골자다.

19대‧20대에 이어 이번 국회에서도 발의된 노란봉투법은 2월 21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의결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90일 넘게 계류되면서 지난달 24일 야당 환노위원들은 법안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여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본회의 직회부 의결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여야 간 이견이 매우 큰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이 다수석을 보유한 점을 이용해 입법을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도 밝힌 상황이다.

다만 이는 대법원 판결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대법원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다면 사실상 법안이 통과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야당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노란봉투법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16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은 민주당의 노력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파업조장법’, ‘입법 폭주’, ‘사용자 재산권 침해’ 등의 정부‧여당 측 주장과 명분이 모두 잘못된 것임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지난 30여 년간 사측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로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목숨까지 앗아갔던 안타까운 현실을 조속히 개선하고, 하청 노동자 등이 ‘진짜 사장’과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함께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대법원 판례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커지는 모양새이지만, 6월 내 처리는 여전히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회계 결산을 공시하지 않는 양대노총을 비롯한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대형 노동조합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노동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 중인 데다 여당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이 “대법관 교체를 앞둔 알박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공동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민법의 대원칙과 맞지 않는 것으로, 경영계에서는 이 판결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은 노란봉투법을 판례로 뒷받침하면서 국회의 쟁점법안을 임의로 입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국민의힘을 설득하지 않고,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히려 대법원 판례로 법 통과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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